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29일 자신의 사표가 공식 수리됐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한 뒤 22일 만이다.
탁 행정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회를 담은 글을 남기며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는 “제가 맡은 일을 그만둔 뒤 여러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걸려오는 전화를 내내 안 받는 것도 고역이어서 이렇게 간단히 소회를 전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사직서가 정식으로 수리됐다는 소식을 오늘 들었다”며 “돌이켜보면 2009년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이후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님과의 인연이다. 만감이 없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소회를 굳이 말한다면, 길었고, 뜨거웠고, 무엇보다 영광스러웠다”고 돌이켰다.
탁 행정관은 “그간 저를 향했던 칭찬과 비난이 있을 때마다 입을 닫았던 이유는, 일하는 사람은 일로써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능력이 없기에 일 자체로서 표현하려는 입장 밖에는 가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지난 일들에 대한 평가는 칭찬이든 비난이든 달게 받겠다”고 했다.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탁 행정관은 “무엇보다, 앞으로 무얼 하겠냐는 질문들이 많으신데, 일단 제 스스로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업무와 연관된 기업의 취업도 제한되니 천천히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전에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을 대통령님 일정으로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내용 좋은 청년들의 신제품이 홍보와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쉬는 동안,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료 컨설팅 등으로 제가 얻은 공적 영역에서의 경험과 무형의 자산을 좀 보탤까 싶다. 여러 가지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했던 탁 전 행정관은 16일 일부 출입기자들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진짜로 나가는 것인가 아닌가 하는 부분은 지난 20개월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며 가장 많이 했던 답”이라면서 “나가고 싶고, 나가겠다고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행해 옮겼으며, 이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닥났다. 밑천도 다 드러났다. 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것까지 다 했다”며 “새 감성과 새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도 다시 채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탁월한 연출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감성정치’를 돋보이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탁 전 행정관을 대체할 적절한 인물 찾기가 쉽지 않아 후임 인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탁 전 행정관은 그간 청와대에 여러 차례 사의를 밝혀왔다.
지난해 6월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사퇴 암시 글을 올린 바 있다. 탁 행정관은 다음 날인 30일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사의 표명을 공식화했다.
당시 탁 행정관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에 처음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해 4월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이후다. 탁 행정관은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청와대에)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 5·18부터 평양공연까지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줄곧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탁 행정관의 사표를 반려하며 가을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남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탁 행정관은 “그 사이도 여러 차례 사직의사를 밝혔지만 저에 대한 인간적 정리에 쉽게 결정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의사를 밝힌 이유가 되겠다”고 설명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7월1일 남북 정상회담 등의 이유로 탁 행정관의 사표를 반려하며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했다”고 말하면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공연기획 전문가인 탁 행정관은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 측과 인연을 맺으며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며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들을 이끌어 왔다. 지난해 4월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과 남북 정상회담 환영공연 기획에 참여했다.
다만, 탁 행정관은 과거 행적으로 정권 출범 초창기부터 각종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5월에는 2007년 저서 일부 표현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이자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SNS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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