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가 3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서도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는 지난해 7월17 한국당 전국위원회에서 공식출범했다. 이번 2월27일 전당대회까지 7개월여동안 한국당의 지도부 역할을 하며 당을 이끌어 온 셈이다.
비대위 초반만 하더라도 비대위의 성공에 의문을 나타내는 여론이 높은 모습이었다.
인명진, 류석춘 등 당내 자기세가 없는 비대위원장과 비대위가 혁신에 드라이브도 채 걸지 못한채 번번이 좌절된 과거 사례들이 있는데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내 반발 등 적지않은 진통 한가운데서 출범한 비대위의 ‘태생적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취임 초반 청산보다는 화합, 독주보다는 소통을 내세운 행보를 보였다.
중반부터는 비대위의 가치·노선 재정립 등 ‘시스템 개혁’, 보수진영의 ‘대안담론’을 구상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19일 발표한 경제 대안담론 ‘i노믹스’다. i노믹스는 김 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내놓은 ‘탈국가주의’를 구체화한 담론으로 평가된다.
노믹스는 국가의 보완적·보충적 기능이 작동하는 가운데 나(I), 즉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자유와 자율의 기반 위에서 새로운 생각과 기술(idea)로 창조(invention)와 혁신(innovation)을 주도하는(initiative)경제를 말한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해 12월2일 지금 “계파 중심, 보스 중심이라 의원 한사람 한사람의 의원다움이 살아있지 못한다”며 ‘탈 계파·보스정치’를 골자로 하는 i폴리틱스, ‘비핵평화·자유화합·남북공영’을 핵심으로 하는 통일·안보 대안담론 평화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지난해 9월20일 ‘국회의원 선거구 당협위원장 일괄사퇴’를 신호탄으로 임기 초반 미적대던 인적쇄신 작업에도 본격 착수했다.
비대위는 각 당협 심사와 위원장 교체작업을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 추진하겠다는 명분으로 외부위원이 주도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보수진영 유력인사인 전원책 변호사를 ‘전권 위임’에 준하는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당협위원장 일괄사태의 절차·내용상 문제를 둘러싼 내홍 발발, 인적쇄신에 대한 책임을 외부위원들에게 전가했다는 ‘하청에 재하청’ 논란 등에 휩싸였으며, 비대위와 전원책 위원이 권한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 전 위원이 결국 해촉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논란과 진통 속에서 조강특위는 지난해 12월15일 우여곡절 끝에 현역 의원 21명을 포함한 당협위원장 교체, 지난 달 중순 공개오디션 등을 통한 새 위원장 영입 등 쇄신작업을 마무리했다.
친박-비박 등 주요인사들이 거의 동수로 포함된 당협위원장 배제 결정에 ‘’인적쇄신을 위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긍정적 평가와 ”계파 쪽수를 맞춘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당안팎에서 동시에 나온 바 있다.
현재까지 당 안팎에선 당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순항하고 쇄신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뉴스1과 통화에서 ”김병준 위원장을 추대하기 전 당을 생각해야 한다“며 ”지지율 10% 안팎 공중분해 전의 당을 운영하며, 일부 미흡하나마 당협위원장 교체 등 쇄신과 당 정상화를 이끌었다. 전대를 정상적으로 열고 국민들의 관심을 받게 만든 것도 성과“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병준 비대위 자체의 ‘시한부’ 성격 탓에 비대위의 혁신 작업은 미완으로 남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에 김병준 비대위가 성공한 비대위로 기록될지, 실패한 비대위로 남을지는 전대 이후 들어설 지도부의 행보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지도부가 김병준 비대위가 설정한 노선과 대안, 인적쇄신 토대를 기반으로 혁신행보를 이어간다면 김 위원장은 한국당과 보수진영의 개혁과 회생의 주춧돌이 됐다는 업적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지도부가 비대위 전으로 회귀한 모습을 보인다면 비대위가 남긴 유산 또한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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