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독서 목록에 ‘발탁 인사’ 답 있다…지금은 무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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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5일 0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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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 이정동·‘명견만리’ 권구훈…문체부 차관보도 인연
인사·정책에 독서목록 반영…盧 전 대통령과 닮아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여름휴가를 맞아 찾은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8.3/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여름휴가를 맞아 찾은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8.3/뉴스1
세간에 잘 알려진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등산 애호가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좋아하는 것은 책읽기다.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문 대통령에 대해 “항상 책을 끼고 사셨다”고 언급할 정도로 문 대통령은 독서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을 통해 “(내가) 어떨 땐 활자중독처럼 느껴진다”며 독서광적 면모를 보인 적도 있다. 취임 후에도 문 대통령은 꾸준히 책을 읽어왔고 그중 일부는 국민에게 공개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해당 도서들의 판매량이 급등하면서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 셀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독서가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 인사발표와 문 대통령의 독서목록이 맞물릴 때가 종종 있어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읽는 책에 인사의 답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23일 경제과학특별보좌관으로 위촉된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의 경우다. 문 대통령은 이 특보와 사적으로 만나는 등 특별한 인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특보를 경제과학특보로 지명했다.

인선 배경은 그가 쓴 책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이 특보가 쓴 ‘축적의 시간’을 정독한 데 이어 취임 후에는 그 후속작인 ‘축적의 길’을 탐독했다. 두 책 모두 한국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는 새로운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언이 담겨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청와대 페이스북) 2019.1.3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청와대 페이스북) 2019.1.30/뉴스1

문 대통령은 30일 이 특보와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일(30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전(全) 직원에게 설 선물을 돌렸는데, 그 선물은 ‘축적의 길’이었다.

지난해 11월 위촉된 권구훈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도 이 특보와 인선 배경이 비슷하다. 문 대통령이 권 위원장을 알게 된 건 KBS에서 제작한 렉처멘터리(강연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프로그램) ‘명견만리’에서였다.

권 위원장은 2015년 8월 ‘왜 경제통일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이후 같은 이름의 책이 출간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첫 여름휴가를 보낼 당시 세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명견만리에 나왔던 권 위원장을 기억하고 있다가,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그를 북방경협 위원장으로 직접 추천했다. 명견만리 외 문 대통령과 권 위원장 간 사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과 김희경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또한 ‘책으로 얽힌 인연’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해 1월 문 대통령은 당시 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으로부터 ‘이상한 정상가족’이라는 도서를 추천받고 읽은 후, 이 책의 저자인 김희경 작가에게 격려 편지를 보냈다. 지금의 김 차관보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로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에 방점을 둔 책으로, 문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저자에게 격려 편지를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책 판매량이 급등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 책을 전달받았을 땐 김 차관보의 임명 건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문 대통령이 편지를 쓸 정도로 감명깊게 읽은 책의 저자가 정부의 일원이 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반드시 인사가 아니더라도 문 대통령의 독서는 문 대통령의 관심사를 반영하고 정책과 연계되는 모습을 띤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두 번째 여름휴가를 보내며 읽었던 도서목록은 김성동의 ‘국수(國手)’, 진천규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한국인 유일의 단독 방북 취재)’, 한강의 ‘소년의 온다’였다.

이중 ‘평양의 시간은…’의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일상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읽혀 주목됐다.

문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신과 의사이자 치유전문가로 불리는 정혜신씨의 도서 ‘당신이 옳다’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당시 상황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을 앞두고 양대노총 중 하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불참선언을 한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노동계를 향한 ‘상생의 메시지’를 낸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지주와도 같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아있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도 문 대통령 만큼 책읽기를 즐긴 독서광이었다. 그리고 인사와 정책에 자신의 독서목록을 연계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당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전략에는 노 전 대통령이 읽은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라는 책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이 책의 저자인 배기찬씨를 동북아시대위원회 비서관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탐독한 또 하나의 책인 ‘콜럼버스에서 룰라까지’의 저자 송기도 전북대 교수는 콜롬비아 대사로 기용됐었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21세기 한국정치경제모델), 오영교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 이주흠 리더십비서관(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 등도 노 전 대통령의 독서로 인선됐던 인물들로 꼽힌다. 한편에선 노 전 대통령의 이러한 ‘독서정치’를 우려하기도 했다. 인사나 정책이 이상적이고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독서를 즐기고 그에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우려가 있을 정도로 독서를 인사와 정책에 연계시키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에게 책읽기는 등산과 함께 손꼽히는 취미인 만큼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설 연휴를 보내는 문 대통령은 이번 설에도 독서에 몰두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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