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8일 경기 양평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국회의원 연찬회에서는 민주평화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놓고 의원들 간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첫 연찬회로, 당 지도부는 연찬회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고민하고 민생안전·경제활성화의 밑거름이 될 초석으로 삼겠다는 목표였지만, 정작 당 정체성 논란의 시발점인 평화당과의 통합이 화두였다.
바른미래당은 창당한 지 1년 가까이 되지만 좌표를 ‘좌’로 둘지, ‘우’로 둘지를 놓고 창당 무렵 불거졌던 당 정체성 논란이 여전히 ‘도돌이표’처럼 계속 반복되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연찬회 자유토론에서 민주평화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대해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내지 합당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쳐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 열망에 부응하고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했기 때문에 민주평화당에 계신 분들이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한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유 전 대표는 대신 “지금이라도 바른미래당이 선명한 개혁보수 정당임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 제대로 된 보수재건 주역이 바른미래당이 되자”고 주장하면서 창당정신에 입각해서 개혁보수의 길을 표방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보수도 진보도 아닌 그런 애매한 입장으로 국민들한테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며 “바른미래당이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진보성향이 강한 평화당과의 통합 대신 오히려 보수대통합을 당이 추구할 길로 제시했다. 유 전 대표는 “보수가 힘을 합치는 부분은 저희 당 지지도와 관계없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 “한국당이나 문재인정부의 실정에 비판적인 정치세력이나 시민단체와의 협력에는 필요하면 늘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이언주 의원도 당의 이념좌표를 ‘보수’에 두자는 의견에 지지하면서 평화당과의 통합을 반대했다.
창당 준비에 관여한 이 의원은 “양당이 통합선언을 할 때 분명히 우리는 중도보수 정당을 지향했다. 그래서 중도보수정당을 선언하고 거기에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의 결합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진보세력은 굉장히 위험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에 우리가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 방향이 창당 당시와 괴리가 있고 너무 기대와 달라서 저로선 그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지금도 믿어서 혼자라도 신보수를 외치면서 가고 있다”며 “이 당이 창당 정신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 의원은 “우리는 야당이다. 중도와 보수의 결합이라는데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정치라는 것은 소신대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운하지만 별도의 길을,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당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탈당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당 출신의 중진 박주선 의원은 왜소한 당의 ‘몸집 불리기’ 차원에서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박 의원은 “우리 당이 존속 가능하겠느냐, 소멸될 것 아니냐 등 당의 운명에 대해서 추측이 너무 많고 횡설수설을 많이 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우리 당이 건전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세력 확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민주평화당에 있는 의원들은 옛날 국민의당에서 함께 한 동지들이기 때문에 정신적 뿌리가 같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 대 당 통합은 얘기한 적이 없고 정치세력 확대 차원에서 공감하고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통합 방식이 정당 간 ‘연대’ 형식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니다”라면서 “정치세력을 확대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당 대 당 통합이 될 것인지, 개별 입당이 될 것인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당론으로 채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 전 대표가 당이 추구할 방향으로 제시한 개혁보수에 대해서는 “우리 당에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개혁을 실용가치로 노선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 색깔을 주장하는 것도 상관없고 진보적 색깔을 주장하는 것도 상관없다”면서 “융복합시대에 이념논쟁을 하면서 국민을 편 가르고 정치권이 탁구공처럼 진영 간 싸움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개혁적 보수를 하려면 보수층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겠다는 건데 보수 측에서 보수 우위만 가지고는 총선이나 집권은 불가능하다”며 “진보세력에서 이탈한 세력도 받아들이고 보수세력에서 이탈한 세력도 받아들여서 제3당으로서의 포용가치, 실용가치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 의원은 “국정농단 세력이 배출한 대통령이 구속된 정당과 식물정당으로 평가받는 여당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후진적인 상황에서 제3의 정당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활동하기에 적기라고 생각되는데 저희 당이 역할을 제대로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분당은 적어도 막아야하지 않겠느냐”며 “바른미래당을 창당할 때 말은 통합이지만 내실은 균열 아니었나. 통합정당을 만들기 전 의석수보다 적은 통합정당이 됐지 않느냐. 그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출신인 김동철 의원도 연찬회에서 당 대 당 통합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은 우리가 가야될 길의 극히 초보적인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권 밖의 참신하고 능력 있는 수많은 전문가그룹, 정치세력들과 함께할 때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이 하늘을 찌르고 정말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데 왜 민주당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나. 또 한국당이 정말 적폐정당 국정농단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지지율이 29%까지 치솟느냐”면서 “바른미래당이 민주당이나 한국당에 비해서 지금까지 올바른 스탠스(입장)를 가지고 정말 열심히 일해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된 것은 너무나 의석수가 적어서 ‘이런 정당에게 정권을 맡길 수 있겠느냐’라고 (걱정)하는 것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우리가 지금 같은 스탠스로 가야겠지만, 당의 몸집을 키워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그런 이야기(민주평화당 통합)를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또 “유승민 전 대표가 개혁보수를 이야기했는데 국민들은 그런 이념에 관심이 없다”며 “진보니 중도니 보수니 하는 그런 이야기보다는 매 사안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과 기업 활동을 더 편하게 하고, 청년 일자리를 해결하고 자영업자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그런 걸 말해야지, 창당 1년 된 정당에서 언제까지 이념논쟁을 할 건가. 그건 부질없는 논쟁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도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김 의원은 “지역민이 동의하지 않는 통합을 끝까지 밀고 나가서 동의도 받지 못하면서 통합했고, 그러다가 민주평화당이 떨어져 나가서 분열까지 됐는데 그런 통합이 대단히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연찬회에서) 했다”며 “본인이 한번 통합을 주창하다보니까 양보하면서까지 본인 소신과 다른 양보를 하면서 합의문이 만들어졌는데 결국 첫 단추를 잘못 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