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방미단으로 미국을 찾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공식 일정 외 개별 일정으로 미국 내 보수 인사들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포함된 방미단은 10~17일까지 5박8일 일정으로 워싱턴 D.C,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을 방문한다.
나 원내대표는 방미단의 공식 일정과 함께 한국당이 따로 꾸린 방미단과 독자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당 방미단은 나 원내대표와 이주영 국회부의장, 원유철 당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 외교통일위원장인 강석호 의원, 외통위 간사인 김재경 의원, 국방위원회 간사인 백승주 의원, 강효상 의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회 방미단보다 늦게 출국한 나 원내대표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방문 일정에는 불참하고 11일 오전 월레스 그렉슨 전 미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와의 조찬 간담회로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이 일정에는 한국당 의원들만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종전선언 등으로 이어질 때 핵 도미노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완전한 비핵화와 비무장 지대에서 실질적 변화가 없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전에 불과하다”며 “만약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의 핵무장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부 장관과 진행한 별도의 간담회에서도 나 원내대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종전선언 등을 논의하는 분위기에 국민들이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전 장관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국제연합(UN)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면서 “북한은 정권이 위험에 빠질 수 있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나 원내대표는 파월 전 장관과의 간담회 일정을 위해 문 의장이 주재한 여야 5당 대표 오찬 간담회에도 불참했다. 당초 여야 지도부 방미 일정에서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왔지만 한국당의 불참으로 협상이 불발됐다.
한 참석자는 “나 원내대표가 오찬 간담회에 오지 않아서 국회 정상화 이야기는 한 마디도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회 방미단 공식 일정에서도 한국당은 최근 급속도로 진전된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오전에 있었던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면담에서 나 원내대표는 “남북관계, 미북관계, 미북협상 등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는 주한미군철수, 유엔사 해체 등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한미동맹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이 주최한 ‘한반도 전문가 초청 간담회’ 일정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은 ‘북한의 제한적인 핵 폐기 약속만 받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대가를 많이 주면 바람직하지 않다’ ‘종전선언을 너무 섣불리 진행하면 주한미군 철수나 안보 공백에 우려가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주로 전했다.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 자리에서도 다른 여야 대표들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주로 드러낸 것과 달리 나 원내대표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을 우려하면서 “종전선언이 섣불리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방미단은 12일 예정된 낸시 펠로시(민주당) 미 하원의장, 엘리엇 엥겔(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 등 미 의회 지도자들과의 면담까지만 국회 방미단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이후 13, 14일에는 한국당 자체 일정만 소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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