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도입 방안]국가경찰, 광역범죄-정보-보안
자치경찰은 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성폭력 등 일부사건 수사권도
시도지사가 자치경찰본부장 임명, 신규 증원 없이 4만3000명 이관
국가직 유지하되 지방직 단계 전환… 15일 文대통령 주재 검경 개혁회의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정청 협의회에서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부터)이 대화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자치경찰제 도입안의 핵심은 경찰조직의 이원화다. 경찰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누고 여성 청소년 교통 등 생활밀착형 민생 치안 분야는 자치경찰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범죄예방 및 피해자 보호 업무뿐 아니라 성폭력, 학교폭력 등에 대한 수사권을 자치경찰에 맡긴다는 구상도 담았다. 현재의 지방경찰청장과 경찰서장에 해당하는 자치경찰본부장 및 자치경찰대장의 임명권을 시도지사에게 부여하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 국가경찰, 자치경찰로 이원화
당정청은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지역 맞춤형 치안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에서 “지역 상황과 현실에 맞게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치안활동을 하게 해 분권과 안전의 균형을 도모하는 자치경찰제를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도입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여성·청소년·아동·장애인 보호 및 교통법규 위반 단속, 지역 경비 활동 등을 주된 업무로 삼는다. 공무집행방해,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교통사고조사 등 일부 사건에 대한 수사권도 부여됐다. 국가경찰은 광역범죄, 일반 형사 및 수사사건 등을 담당하고 정보 보안 경비 외사 등의 업무를 맡는다. 공무집행방해 수사권과 현장 초동 조치권은 두 조직이 함께 갖는다.
조직도 신설된다. 현재 시도의 지방경찰청, 시군구의 경찰서에 각각 대응하는 조직으로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가 생긴다. 일상생활에서 주민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경찰조직인 지구대와 파출소는 업무 특성에 맞게 자치경찰로 이관된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시도지사에게 자치경찰본부장, 자치경찰대장 임명권을 부여해 자치분권 취지에 부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필요 인력은 자치단체의 신규 인력 증원 없이 국가경찰에서 모두 4만3000명을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초기 자치경찰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유지하되 단계적으로는 지방직으로 전환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중장기적으로 자치경찰 교부세 같은 방식의 재정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업무 중복 및 정치적 독립성 우려
사법개혁의 한 축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방안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안이 공개됐지만 현실화까지는 난제가 적지 않다. 경찰조직 이원화에 따른 업무 중복 문제와 지역 토착세력과의 담합 등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입법 과정에서 야권과의 의견 충돌도 예상된다.
먼저 업무 중복 문제에 대해 당정청은 112 종합상황실에서 합동근무체계를 갖추고 긴급 상황에 대한 대응은 상호 협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경찰 관계자는 “작은 경찰서 내에서도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의 업무 구분이 쉽지 않은데 조직이 갈린 상황에서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마저 제한한다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독립 우려는 더욱 심각하다. 자치경찰 수장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시도지사 등에게 줄을 대려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치경찰위원회 실질적 운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자치경찰위원은) 반드시 지방의회 여야 추천을 받게 해 정치적 시비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 철저한 제도적 설계로 자치경찰제가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유지들의 사병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막겠다”고 밝혔다.
여권은 집권 3년 차를 맞아 권력기관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논의된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이어지는 검경 간 물밑 공방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