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장-여야 대표단, 초당적 협력 ‘성과’…美의회 불신 해소 총력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6일 1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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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5당 한 자리 모인 초당적 방미외교 '성과'
美 의회 여전한 '인식차'…불신론 제거 주력
한미동맹 확인…한일 관련 논란은 아쉬움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로 이뤄진 초당적 방미외교단이 15일(현지시간)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문 의장과 여야 대표는 이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0일부터 미국을 찾아 5박8일간 워싱턴 D.C., 뉴욕,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여야 5당 한 자리 모인 초당적 방미외교 ‘성과’

이번 방미 일정은 여야 5당을 아우르는 14명의 의원이 함께 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등 여야 5당 지도부가 모두 함께해 초당적 방미단을 꾸렸다.

대표단은 워싱턴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이 주최한 한반도 전문가 초청 간담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면담, 낸시 펠로시(민주당) 미국 하원의장, 엘리엇 엥겔(민주당) 하원 외교위원장 등 의회 지도자 연쇄 면담 등을 진행했다.

대표단은 방미 일정 내내 북미정상회담의 중요성과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나 원내대표를 비롯해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보수진영의 우려 목소리를 전달했지만 여야 간 이견이 부각되기보다 초당적 의원외교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다른 행보를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기우였다”며 “강조점은 다르지만 우리가 가야 할 큰 틀에서의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의장도 방미 일정 내내 이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한반도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문 의장은 “역대 최고의 초당적 방미는 본격 개시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더 크게 진전될 수 있도록 미 조야(朝野·정부와 민간)의 관심과 지지를 환기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단으로 미국을 찾은 한 의원은 “이곳에 여야 5당이 다 같이 모였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는 것 자체가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美 의회 여전한 ‘인식차’…불신론 제거에 주력
대표단은 이번 방미 일정 내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의회에 ‘긍정론’을 전달하는 데 역점을 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각을 세우고 있는 낸시 펠로시(민주당) 미국 하원의장과의 면담은 가장 핵심적인 일정이었다.

실제로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은 미국 의회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펠로시 의장은 20여년 전 ‘고난의 행군’ 직후 방북 경험을 소개하며 회의론을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닌 남한의 비무장화”라는 발언까지 했다.

대표단은 “여전히 펠로시 의장은 (비핵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의구심 표현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고 강한 비판을 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여야 대표단이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긴 1시간 20분 가량 펠로시 의장과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이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긍정론을 전한 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문 의장은 ‘최종적이고 완전한 검증된 비핵화(FFVD)’를 강조하며 미국 의회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해찬·정동영 대표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면담 말미 “낙관적(optimistic)이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희망적(hopeful)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내가 틀리고 당신들이 맞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장은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관련해서 이번 방미단의 역할이 있었고 이번 두 나라 의회 간 이런 부분을 소통하며 많은 부분이 근접했다”며 “그분들(미 의회 지도자들이) 비관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결론적으로 말하면 희망적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동영 대표도 “특히 펠로시 의장에게 북미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볼 게 아니라 한국 국민들의 입장, 한반도 평화라는 입장에서 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미 조야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대미외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도 됐다.

이해찬 대표는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방미 성과를 공유하며 “미 의회 지도자들이 90년대 말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으로 오늘의 상황을 판단하는 듯했다”며 “아무래도 공공외교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확인…한일 관련 논란은 아쉬움

이번 방미 일정 중 문 의장이 강조한 또 다른 한 가지는 ‘공고한 한미동맹’이었다. 문 의장은 일정마다 ‘피로 맺은 동맹’ ‘동맹 그 이상의 동맹’이라고 언급하는 등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남북관계 진전으로 한미동맹 약화가 우려된다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지도자들 역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두 나라 간에 우정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는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한미 양국 소통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향후 100년 이상 한미관계를 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법안을 작년에 발의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일왕 사죄’ 발언 등으로 인해 일본 관련 문제가 방미 일정 내내 따라다닌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의 공세가 이어지자 일본 문제에 대한 질문도 계속됐다. 미국 현지에서 문 의장이 “일왕 사죄 발언은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고 발언하자 일본 언론은 더욱 들끓었다.

문 의장의 일정이 예정된 곳마다 일본 언론이 취재를 위해 대기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을 비롯해 미 의회 지도자들도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LA)=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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