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현장은 아우성인데… 올해 본회의 한번도 안 열린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9일 03시 00분


정치 실종에 민생법안 표류


국회가 시급한 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 실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는 올 들어 본회의를 한 차례도 개최하지 못했다. 집권 여당은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의원 징계를, 한국당은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 국정조사를 각각 주장하며 사생결단식 대치 국면만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등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18일에도 국회 정상화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오전 9시 반 시작된 협상은 1시간도 채 안 돼 결렬됐다.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나 원내대표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관련 특검 요구를 접고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의혹 관련 국정조사라는 최소한의 요구만 했는데도 여당이 응하지 않았다. 국회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조건 없이 국회를 소집해야 한다”며 “다만 5·18 망언 문제는 한국당도 함께 참여해 분명하게 처리를 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 표류하는 민생법안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수많은 법안들 중 신속한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주요 민생 관련 법안만 10여 개. 대표적인 법안이 주 52시간의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늦어도 2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논의를 하고 있지만 1월 이후까지 기다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주 52시간제의 처벌유예 기간(계도 기간)은 다음 달 31일이면 끝난다.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 비상사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전면에 나설 차례지만 ‘정치 실종’ 상태에 빠진 국회는 대안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현행 최대 3개월인 탄력근로제 기간을 1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한국당과 기간 확대 최소화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견해차가 상당하다”며 “지금 논의를 시작해도 3월 안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그 사이 산업현장의 혼란과 노동계 반발로 인한 생산성 둔화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재개를 위한 공교육정상화법, 유치원 회계 투명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등 교육 법안들도 계속 표류 중이다. 당초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에 대한 이견이 적어 올해 1학기부터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입법이 늦어지면서 학부모들의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몰카’ 등 불법영상 유통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일명 ‘양진호법’(범죄수익은닉규제 및 처벌법), 환자 폭행으로 사망한 고 임세원 교수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임세원법’(정신건강증진법) 등 여야 이견이 적은 비쟁점 법안들도 국회 공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 3월 임시국회 전망도 어두워


여야가 2월 임시국회를 건너뛰고 3월 국회 정상화에 합의해도 이들 법안의 처리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다. 2020년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여야는 조금씩 총선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여야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당은 27일 전당대회를 통해 신임 당 대표를 선출한 뒤 전열을 정비해 강력한 대여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 등 내부 악재로 고심 중인 민주당도 사법개혁, 5·18 폄훼 논란 등을 매개로 강공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3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 법안, 공정거래법, 5·18특별법 등 여야 견해차가 큰 법안들이 다시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공수처법은 아직 국회 사법개혁 특위 차원에서도 합의되지 않았고, 여권이 밀어붙이기로 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시간이 정말 없다. 여야가 서로 싸울 땐 싸우더라도 국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집권 여당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장관석·강성휘 기자
#국회 폐업#정치 실종#민생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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