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부대’ 거리두기도, 끌어안기도 부담스런 존재
황교안 ‘朴탄핵 절차적 정당성 문제’입장 속 더욱 극성 부릴 가능성도
자유한국당이 2·27전당대회를 6일 앞둔 가운데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가장 극렬하게 반대했던 세력이다. 한국당 전대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입당한 이들은 8000여명 정도로 전체 선거인단(37만8000여명)의 2%에 불과하다. 이들 대부분이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당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열성 한국당 지지자들인 이들을 끌어안기엔 일반 여론을 감안할 경우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당의 콘트리트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집토끼에 해당하는데 이들과 거리를 두는 것도 쉽지않다.
당내 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태극기 부대의 애국정신은 당의 중심이 될 수 있어도 태극기부대가 당의 중심이 돼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현재 한국당이 진행하고 있는 합동연설회장은 이들 태극기부대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에서 치러지는 합동연설회장마다 대거 참석해 욕설과 고성 등으로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당이 현재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경화 논란’도 사실상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겨냥한 후보들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지난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행사장에 입장하자 마자 야유와 고성이 행사장안을 가득 채웠다. 김 위원장은 진정시키려 했지만 야유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마이크를 쥔채 1분여간 단장에 서 있어야 했다. 이들은 “김진태”를 연호하며 다른 후보들의 연설 도중 욕설을 퍼붓고 고성을 지르며 행사 진행 자체를 방해했다.
21,22일 각각 예정된 부산·울산·경남·제주 합동연설회장과 수도권·강원권 합동연설회장도 태극기부대가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제제할만한 마땅한 방안도 없다.
더 문제는 남은 전대기간 동안 태극기부대의 고성과 야유가 더욱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업고 있는 김진태 후보 뿐만 아니라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황교안 후보마저 최근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황 후보는 최근 진행된 TV토론회에서 “사법절차 진행 중에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어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대에서 김진태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할 경우 태극기부대의 위상도 달라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당이 태극기부대를 끌어안으면 안을수도록 여론은 좋지 않다. 국민 10명 중 6명은 한국당이 태극기부대와 단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태극기 부대에 취해야 할 한국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단절해야 한다’는 응답이 57.9%로,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26.1%)의 두 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단, 한국당 지지층(13.5% vs 64.8%)과 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32.3% vs 52.7%)에서는 ‘포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다수이거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와 단절할 때 중도층과 무당층 흡수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차기 총선이 1여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총선 승리가 절실한 한국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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