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떠난 김정은 열차]
행정通 김평해도… 연락사무소 염두, 김영철 등 측근 총출동… 리설주 빠져
23일 출발 ‘1호 열차’ 베이징 안거쳐… 소식통 “회담앞 美 자극 않겠다는것”
김일성 따라하기 대내 결속 측면도… 中, 춘제 불구 특별지원 밀착 과시
지난해 3월 방중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오른쪽)이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 안에서 접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가기 위해 특별열차에 몸을 실었다. 평양에서 비행기로 5시간이면 충분할 거리를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60시간 이상의 ‘열차 강행군’을 택한 것이다. 2박 3일 이상 걸리고 적지 않은 체력 소모를 감수하면서도 “내 뒤에 중국이, 시진핑 주석이 있다”는 메시지를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발신하는 카드를 택한 것이다.
김 위원장과 수행원을 태운 전용 열차는 23일 오후 평양을 출발한 뒤 베이징(北京)을 거치지 않고 24일 오후 1시경 톈진(天津)을 경유해 중국-베트남 접경 최남단 중국 기차역인 핑샹(憑祥)으로 향했다. 베이징을 거치지 않은 데 대해 외교 소식통은 “북-미 회담 전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저녁 핑샹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상황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의 동선은 톈진∼창사∼구이린∼난닝(南寧)∼핑샹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열차를 탄 채 26일 새벽 베트남 국경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랑선성 동당역에서 내려 차량으로 갈아타고 오전에 하노이에 도착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날 오후 도착할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보다 한발 앞서 회담 도시에 입성하는 것.
김 위원장의 열차 선택은 의외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평양∼하노이의 열차 길은 약 4500km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캘리포니아주의 동서 횡단 거리(약 4450km)와 비슷한 정도. 게다가 비교적 휴식 공간이 확보된 김 위원장과 달리 70, 80대의 북측 수행원들은 이층침대에서 자고, 비좁은 열차 공간에서 며칠을 보내야 한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이번 열차 선택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 뒤를 봐주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미국의 제재 해제 등과 같은 상응 조치가 없을 경우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언제든지 북-중이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는 얘기다. 중국도 3월 1일까지 춘제(春節·중국의 설) 특별 운송기간으로 승객 수요가 급증한 시기임에도 이동경로 수천 km 곳곳에 경비 인력까지 배치하며 북-중 밀착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1958, 1964년 하노이행 열차를 재현하며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재확인하고 대내 결속을 강화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대륙 철도 연결과 같은 경제 개방 및 발전 메시지를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는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핑샹역이 있는 충쭤(崇左)시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도착할 시점인 26일 핑샹역에서 난닝역을 가는 오전 10시 10분∼오후 3시 19분 열차 편을 임시 중단한다고 23일 공고했다. 전용 열차가 김 위원장을 목적지에 내려준 뒤 먼저 하노이를 떠나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귀국길엔 비행기를 이용해 중국의 특정 도시까지 간 뒤 열차를 타고 귀국하거나 아예 항공편으로 평양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즉시 한미 정상이 통화하고 조속히 만나기로 한 만큼, 북-중 정상도 가급적 빨리 회동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 전자공업 경제통 오수용, 행정통 김평해 첫 등장
북측 하노이 수행단에는 두 명의 신규 멤버가 눈에 띈다. 오수용 경제부장과 행정을 담당하는 김평해 간부부장이 하노이행 열차에 오른 것. 북-미 간 제재 해제를 비롯한 경제 보상책, 연락사무소 설치와 같은 행정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책공대 출신의 오수용은 첨단산업을 이끄는 전자공업상,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을 거친 경제통. 미국과의 경제 보상책 협의는 물론 베트남 현지 산업시찰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김평해는 행정 역할뿐 아니라 당 간부들의 인사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다.
김영철 통일전선부, 노광철 인민무력상에 리수용 당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1차 북-미 회담에 참여했던 외교라인은 이번에도 대부분 함께했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는 베트남 방문단 일원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부부 간 만찬을 확정 지을 정도로 아직 회담 성과물이 만들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