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빅딜 성사로 文대통령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급물살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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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5일 0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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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핵시설 검증·폐기 시간표-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빅딜’
김정은 원하는 카드→文대통령이 손에 쥐여줘→트럼프 경협 긍정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이낙연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들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모습을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6.1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이낙연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들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모습을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6.1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양국간 빅딜 성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이번 회담에서 빅딜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라는 3단계로 구성돼 있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항구적 평화체제’란 남북간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정치·군사·경제적 신뢰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 청와대는 앞서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간 정치·군사적으로는 믿음이 쌓였다고 보고 있다. 결국 현 상황에서 항구적 평화체제의 완성이란 남북경제협력(경협) 성사에 있는 셈이다.

남북경협을 위해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제재가 반드시 해제돼야 한다. 잠금해제 여부가 빅딜에 달려 있는 만큼 경협의 키는 바로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인 셈이다.

사실 북미 사이 빅딜에 대해 명확히 규정돼 있진 않다. 그러나 그간 북미가 서로에게 제시해온 조건이 극대화돼 타결된다면 이는 빅딜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이번 회담에서 ‘북핵의 핵심’으로 꼽히는 영변 핵시설의 검증·폐기와 관련된 구체적 시간표가 나오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가 가능한 대북제재 완화가 허용되는 것이다.

이에 비춰본다면 이미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빅딜 카드’를 손에 쥐여준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사이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통화 당시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단어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을 살펴봤을 때,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경협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의미한다는 짐작이 충분히 가능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신년사를 통해 “평화가 곧 경제”라며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18일 일부 종교지도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간담회에서도 “아마 우리가 남북간 경협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 관광”이라고 했다.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간절히 원하던 대북제재 완화 카드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1일 신년사에서 남북 사이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일련의 상황을 꼼꼼히 따져보면, 남·북·미 정상 사이 이미 비핵화,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된 교감이 어느 정도 이뤄진 듯한 기류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1월10일) 발표 당시, 김 위원장 신년사 중 조건·대가 없는 재개에 대해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매우 환영한다”며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다.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2월19일)에서 ‘남북경협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문 대통령이 말하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2월20일)이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알려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의 대북 인도지원 사업단체 3곳에 대한 제재 예외 승인조치는 이러한 ‘유의미한 북한의 비핵화’와 ‘유의미한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 실현에 힘을 싣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서두를 것은 없다”고 한 것은 이번 회담이 빅딜로 이뤄지긴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북미협상 의제가 ‘12개 이상’(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이라는 언급 등에 근거를 두고 소위 ‘스몰딜’이 순차적으로 모여야지만 빅딜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럼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회담의 기대를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는 등 ‘빅딜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2차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회담이 임박해 올수록 더 가열차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거듭 2차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모두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에선 남북경협 추진에 따른 ‘퍼주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리측 이익에 대한 정리작업 등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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