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의 우경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이제 그렇게 허약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은)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고 많은 것을 고쳐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당에 새 지도부가 들어와도 어쩔 수 없이, 하다못해 외부압력이나 국민의 기대에 의해서라도 변화를 크든 작든 계속 해가리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한국당이 다시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는데 잠시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프처럼 굴곡이 있을지언정 전체적으로 올라가는 그런 방향으로 반드시 간다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당대회만 해도 많은 분들이 과거의 프레임으로 후보들을 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석한다”며 “자유한국당이든 그 지도자든 과거의 눈과 프레임으로만 보지 말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다소 지나친 주장이나 우려되는 움직임이 있어도 이는 그 속에서 용해될 수 있다”며 “미래로 향한 발걸음에 그만한 동력이 붙어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스스로 뭐가 잘못됐는지를 당원과 의원들이 안다. 그리고 과거의 그 자리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굉장한 고통도 겪고 알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 굴곡은 있을지언저정 올라가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김 위원장은 그간 활동에 대해 “(주변에서) 제가 못 버티거나 쫓겨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어쨌든 7개월 간을 이렇게 왔다”며 “지나간 세월에 대한 반성으로 인적쇄신을 단행했고, 새로운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당협위원장 선발 오디션 활용 등 당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한편 일반당원의 권리를 확대하는 실험을 했다”고 자평했다.
비대위원장 재임 중 가장 힘든 점으로는 “인적 쇄신과 조강특위 구성”이라며 “막판에는 5·18과 미북정상회담에 따른 후보들의 보이콧 문제가 힘든 일 중 하나였다”고 꼽았다.
김 위원장은 “조강특위를 구성할 때 당내에서 여러 의견들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어 ‘비대위원장을 그만둘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엄청 힘든 일이었다”면서 “전원책 변호사 건은 제가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큰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또 “제가 중요한 후보들이 되도록 (전당대회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어차피 한 분이 나오는 이상 전대가 전대 같이 되기 위해선 다른 분이 카운터파트너로 나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후보 몇 분을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었다”며 “5·18이 터지고 난 다음에 이 당이 완전히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비대위에 오는 충격이 상당히 클 수 있다는 고민도 했다”고 털어놨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저를 변화시키기 위한 길을 가고자 한다”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배우고 고치겠다”고만 밝혔다.
다만 그는 “일단 비대위원장을 내려놓지만 당이 변하는 만큼 저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 총선을 이야기하는 분도 있고 대선을 이야기하는 분도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선 제가 정말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는 “시누이를 아가씨라 부르지 말라, 방송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외모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우리생활 구석구석 국가권력이 파고들고 있다”며 “국민들을 위대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자율을 누릴 능력이 없는 어리석고 사나운 백성 정도로 본다. 자신들이 곧 정의이자 선(善)이요, 모든 답은 자신들이 다 가지고 있다는 오만함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떤 자리를 목표로 해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대한민국이 이래선 안 된다, 이것보다 더 잘 할 수있다, 그렇게 믿는다”며 “우리 국가가 가진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태가 너무 답답하다. 이 답답함 풀기위해서라도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할 것이고 그와 관련된 일들을 뭐든 해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탄핵 논란에 대해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말씀을 되도록 안 하려고 한다”며 “이 문제는 당 밖에서 학자들이나 언론인들이 먼저 평가를 해주시고 그것이 서서히 당안으로 들어와서 화두가 되는게 순서상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당 지도부의 5·18사태 대응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 나름대로 절차를 존중하고 절차를 지켰다”며 “전원책 사태 때 느꼈지만 저 같은 스타일은 어떤 일이 벌어지면 즉각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바로 집행하기보다는 관계된 분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가능한한 조율 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차기 당대표에 대한 조언으로는 “우리당에 일정 방향으로 흐르는 변화의 흐름이 있다. 이걸 잘 읽을 필요가 있다”며 “새 지도부도 과거의 시각이 아니라 저변에 깔려있는 변화의 흐름들을 잘 읽고 새로운 설계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보수대통합에 대해서는 “보수권전체 통합이라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한 그릇에 모든 걸 담으려고 하면 그 그릇은 깨질 수 밖에 없다”며 “억지로 인위적으로 당대당 통합해서 보수정당 규모만 키우다간 자칫 (통합 이후)당내 분란으로 지금처럼 네트워크 형성하는 것보다 더 못할 수가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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