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종전선언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종전선언의 의미와 종전선언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평화협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더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순조롭게 이끌어내고 비핵화의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이라며 “북미 종전선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상응조치로 미국이 적대관계 청산을 담은 종전(평화)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번 북미 협상 국면에서 미국 측에서 종전선언을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한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4·27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트위터에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고 글을 올렸다. 그렇지만 싱가포르 회담에서 종전선언 서명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종전선언을 약속을 했지만 이후에 입장을 바꿨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실상이 어찌됐든 트럼프 행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한동안 견지했다. 행정부 관리들은 ‘종전선언’이란 말 자체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쯤 기류가 바뀌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선 종전선언이 북미 협상의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말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조사전문회사 유라시아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주시하고 있어,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비핵화를 압박하기보다는 자신이 평화를 지켰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종전선언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법적 관문은 아니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더라도 정전협정의 법적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조속한 평화협정 체결을 전제로 체결되는 정전협정이 66년간 지속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감안해 평화협정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제기돼 왔다.
정전협정에도 평화 정착을 위해 3개월 내 별도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간 ‘사실상’ 정전협정이 체결됐을 때 “전쟁 종식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약속”됐지만 이 약속은 “지난 65년간 이뤄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종전선언이 정치적 합의 또는 신사협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종전선언의 주체가 정전협정의 주체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대변인은 “우리와 중국은 이미 수교를 했고 미국과 중국도 1979년 1월1일 수교를 했다. 또 우리와 북한은 두 번의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를 통해서 사실상 종전선언과 불가침선언을 했기 때문에 남은 건 북미”라며 “그래서 북미가 종전선언을 하면 실효적인 의미가 발생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노이 공동성명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정전협정 당사자들의 다자협상’을 제안한 만큼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진행할 실무그룹 운영이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것은 평화협정이다. 일반적으로 평화협정 제 1조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종전 내용이 담긴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목표는 평화협정 체결이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선 전쟁 위협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군축과 66년간 지속돼온 분단체제가 남긴 적대적 인식의 청산과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평화협정 당사자는 남북미중이란 공감대가 4개국 사이 이미 형성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평화협정에 대해서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는 최종 단계에 이뤄진다”며 “그때까지 기존의 정전체제는 (법적으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유엔사령부 지위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에 “마지막 핵무기가 북한 땅을 떠나고 제재가 해제되며 대사관 국기가 내걸리고 평화조약이 체결되는 완벽한 결말이 있다”며 비핵화 협상 출구는 제재 해제, 수교, 평화협정 체결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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