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존엄 일정은 극비’ 옛말 되나…과감해진 北 김정은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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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7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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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까지 베트남 방문 예고 “내부 장악 자신감”
“정상국가 면모…대외 메시지 성격”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하고 있다. (노동신문) 2019.2.27/뉴스1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하고 있다. (노동신문) 2019.2.27/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일정과 동선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신속하고 과감해지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월27일부터 28일까지 미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제이 트럼프와 상봉하시고 3월1일부터 2일까지 윁남(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공식 친선 방문한다”고 27일 밝혔다.

김 위원장의 사흘 뒤 일정까지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북한은 경호를 위해 최고지도자의 일정과 동선은 비밀에 부쳐왔다. 경제시찰 등 국내 활동을 할 때도 이튿날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사후적으로 보도하는 방식을 취한 것에 미뤄볼 때 이날 보도는 파격적이다.

이날 매체 보도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23일 베트남으로 출발한 김 위원장이 최소 3월 2일까지 일주일 넘게 평양을 비울 예정이라고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이 지난 26일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호텔로 향하는 모습을 27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2019.2.27/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이 지난 26일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호텔로 향하는 모습을 27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2019.2.27/뉴스1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를 매우 안정적으로 통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오랜 시간 북한을 비워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과시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위원장 동선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신속하고 풍부해진 것도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출발한 사실을 24일 이른 오전 전한 데 이어 26일 도착 소식도 이튿날 곧바로 전했다.

노동신문은 26일 김 위원장이 베트남 동당역을 거쳐 하노이에 도착한 것, 멜리아 호텔에서 실무대표단에게 북미정상회담 관련 보고를 받은 것, 저녁쯤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을 격려방문한 소식을 27일 18장의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보도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내적으로 주민들에게 빨리 알려서 최대한 선전효과를 내려는 뜻도 있겠지만 대외적인 측면이 더 강해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일정을 공개한 것처럼 외국 정상들은 통상 중요 외교 일정을 공개한다. 북한도 정상국가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첫 외국방문이었던 지난해 3월 1차 북중정상회담의 경우, 28일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북한 지역으로 귀환한 후에야 북중 양국이 방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전까진 ‘북한 고위급 인사 내지는 김정은 방문 가능성’으로 보도됐다.

지난해 5월 2차 방중 역시 발표가 아니라 ‘방중설(說)’로 시작됐다. 북중 언론은 8일 김 위원장이 탄 전용기가 다롄 공항에서 이륙한 후에야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부터 이러한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북한 매체는 지난해 5월26일 남북정상회담을 보도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6월12일 열린다고 예고했다.

북한 매체들은 6월10일 김 위원장이 평양을 출발해 싱가포르 도착, 싱가포르 수상과 만난 사실을 11일 보도했다. 특히 12일엔 김 위원장이 전날 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등을 ‘야간 시찰’한 소식을 신속하게 전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뒤 주베트남북한대사관을 찾아 대사관 관계자 및 가족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2.27/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뒤 주베트남북한대사관을 찾아 대사관 관계자 및 가족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2.27/뉴스1
지난해 6월19~20일 3차 방중 땐 김 위원장이 중국에 도착하자 중국 관영 매체가 곧바로 방중 소식을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도 20일 첫날 회담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방중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종전에는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 평양 귀환 후 사후보도를 했는데 이번에 중국 방문 중에 보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 1월 4차 방중 땐 아예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 북중 양국이 방중 소식을 타전했다.

당시 북한 고위급 인사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북중 접경지대를 통과했다는 보도가 7일 밤부터 나왔고, 북한 관영 매체들은 8일 오전 일제히 김 위원장이 7~10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도 비슷한 시각 김 위원장 방문을 발표했다.

김일기 실장은 “북한이 앞으로도 큰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사전에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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