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주민들도 “하노이 상황이 궁금해” 27일 평양 노동신문 게시대에 주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소식을 읽으려고 모여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지면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하노이를 찾은 김 위원장 관련
사진을 13장 실었다. 평양=AP 뉴시스
‘하노이 선언’ 발표를 하루 앞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 전까지 호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인 북한의 비핵화 수준을 확정하는 문제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이 이날 만찬 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환담에서 꺼낸 단어도 “많은 고민과 노력과 인내”였다.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에 예상보다 더 높은 비핵화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미 간 막판 기싸움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생각보다 센 미국 압박에 김정은 고심
이날 260일 만의 첫 만남에서 두 정상이 보여준 협상 태도는 대조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고민’을 언급하며 비핵화 회담에 임하는 각오와 비장함을 풍겼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 잠재력’을 거론하며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려 했다.
북-미는 전날에 이어 27일에도 실무협상을 열지 않았다. 그 대신 각자의 최종 카드를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과는 딴판이다. 당시엔 정상회담 전날에도 밤 12시를 넘겨 실무진이 모처에서 합의문 최종 담판을 위해 접촉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나서 고위급 협상을 이어갔다. 이번엔 협상의 핵심 이슈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 수준과 대북제재 완화 이슈를 두 정상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플러스알파(+α)를 해야만 대북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플러스알파로는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스탠퍼드대에서 한 연설에 힌트가 있다. 당시 비건 대표는 ‘영변 너머(beyond Yongbyon)’를 언급하며 “북한 전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의미한다”며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영변 그 이상’의 요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미국 측은 ‘모든 것이 타결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타결된 것이 아니다(Nothing is agreed until everything is agreed)’라는 원칙론에 입각해 북한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교만찬은 사실상 정상 간 ‘실무협상’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정상이 28일 정식 회담 전 서로의 온도 차를 감지하고, 조절하며 하노이 합의문 빈칸 채우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 트럼프 “중, 러, 일, 한국 도움 될 것”
이번 합의문은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 합의 사항을 세분화·구체화하는 양식으로 작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는 비핵화와 대북제재 외에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등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비교적 의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양측은 회담에서 6자 회담국들을 중심으로 다자 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종전선언을 자구 그대로 담는 것을 넘어 평화체제로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 김 위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조선반도(한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후 만찬을 1시간 반 앞두고 트위터에 “김정은과 나는 매우 열심히 비핵화를 위한 뭔가를 도출하고, 북한을 경제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올렸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 일본, 그리고 한국이 이 과정에서 아주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북핵 6자회담 형식을 차용하는 한편, 비핵화 비용 분담 주체들을 암시한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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