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진전되어도 경제제재 해제는 산넘어 산…[우아한 전문가 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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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8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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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전과 대북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 성과가 도출되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을 보인다면 대북제재 역시 점진적으로 해제될 개연성이 높다. 이하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과 연계한 대북 경제제재 해제과정에 대해서 알아본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다자 제재와 미국 등 개별국가들의 양자 제재로 나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은 총 10차례 채택되었으며 2016년 안보리 제재 2270호부터 제재의 초점이 핵 또는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제재에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로 전환되었다. 이 시점부터 경제제재에 대한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시작해서 2017년과 2018년 북한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무역액이 전년 대비 각각 14.6%와 50%가 감소했다. 북한의 대중수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무연탄, 철, 철광석, 납, 납광석, 수산물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2017년 북한의 대중수출액은 전년 대비 37.3% 감소했고, 2018년도에는 전년대비 약 87%나 감소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해제문제는 전적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달려있고 제재 해제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북한 선박 금운산 3호와 파나마 선적 뉴리젠트호 간 불법 환적 모습. 지난해 6월 촬영된 
사진으로 두 선박에 호스를 연결해 유류를 환적하는 현장이 포착됐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포함한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이다. 동아일보DB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북한 선박 금운산 3호와 파나마 선적 뉴리젠트호 간 불법 환적 모습. 지난해 6월 촬영된 사진으로 두 선박에 호스를 연결해 유류를 환적하는 현장이 포착됐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포함한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이다. 동아일보DB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지만 미연방의회가 입법한 법률과 그 법률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부가 행정명령에 근거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다. 미연방의회는 구사회주의 국가 모두에 적용했던 적성국교역법(TEA), 수출입은행법(EIBA), 수출통제법(ECA) 및 무역협정연장법(TAEA) 등 법률을 북한에도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포괄적 제재 외에도 북한인권법(NKHRA), 이란·북한·시리아 비확산법(INKSNA), 대북제재정책강화법(NKSPEA) 및 대적성국제재법(CAATSA) 등으로 북한을 특정한 제재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범 사회주의 국가에게 적용한 제재들은 북한이 시장경제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상당부분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의회차원의 결의를 통해서 해제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미 행정부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2005년 6월 이후 현재까지 6개의 대북행정명령을 내린바 있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한 제재 해제는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해제를 위한 충분한 명분이 확보되어야 해제가 가능하다.

미국은 제재 수단으로는 무역제재, 원조제한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화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제재수단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은 무역에 대한 제재이고, 무역 제재에 있어서도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제재안은 1974년에 제정된 잭슨 베닉 수정조항 (Jackson-Vanik Amendment)이다.

이법은 국외 이민의 자유 등 인권을 허용하지 않는 비시장경제국가에 대해서는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지 않는 법이다. 동 법안의 모태는 1951년 입법된 무역협정연장법으로, 구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에 대해서는 최혜국지위를 제한한 법인데 이것이 잭슨 베닉 조항으로 대체되었고 이 법안이 북한에도 적용되고 있다. 젝슨 베닉 조항은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서 유보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최혜국 대우가 잠정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영구적 해제는 의회의 결의를 통해 가능하다.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해 손을 들어 만장일치로 찬성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해 손을 들어 만장일치로 찬성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미연방의회는 매년 결의를 통해 북한과 정상교역관계(NTR)를 체결하게 되고, 최종단계에서 항구적 정상교역관계(PNTR)를 맺게 될 것이다. NTR과 PNTR의 지위부여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제재 해제 핵심은 미국과 무역협정을 통해서 항구적 정상교역관계(PNTR)를 맺는 것이다. PNTR을 체결해야 북한의 입장에서는 영구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과 같은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안정적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PNTR은 베트남의 선례를 볼 때 WTO 가입이 확정되어야 부여하는 지위로 북한에게는 개혁개방은 물론이고 경제제도가 WTO 회원국으로서의 조건을 갖추어야 가능한 일이다. 즉, 이 협정은 대북제재 해제 마지막단계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으로 북한 경제제도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외원조법(Foreign Assistance Act of 1961)에 의거해 대북원조를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무역법(Trade act of 1974)의 잭슨-베닉 조항으로 북한에서 사업을 하고자하는 미국기업에 대한 수출신용, 수출보증, 투자보증 등 혜택을 제한하고 있다. 대외원조 제한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도 해제가 가능하다. 미국은 1998년에 베트남에 대한 동 제재를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서 해제한 바 있다. 또한 해외자산관리규정(Foreign Assets Control Regulations)과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에 의한 제재는 대통령이나 미연방의회의가 해제를 할 수 있다.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동 제재를 1994년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해제한바 있다.

또한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d Bank),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에서 자국의 지분을 활용하여 북한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서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WTO 가입도 거부하고 있다. 대외원조에 대한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IMF에 대한 지원 제한 문제는 브레턴우즈협정법(Bretton Woods Agreements Act)에 의해 규정되어 있는데, 미 재무부가 해제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동 규제에 의한 베트남 제재를 1993년에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해제한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회담 이상으로 성공적이고 또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하노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회담 이상으로 성공적이고 또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하노이=AP뉴시스

북미간 관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먼저 이익대표부나 연락사무소등이 설치되고, 관계가 더 진전되면 수교를 맺을 것이며, 양측이 대사관을 설치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역에 대한 제재조치가 완화되고 원조제한 등 주요제재가 해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수교를 맺는다고 모든 제재가 해제되는 것은 아니며 무역협정 체결은 다른 트랙으로 추진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의한 제재뿐만 아니라 미연방의회의 법안과 행정명령에 의한 제재로 실상 비핵화에 있어서 큰 진전 등 제재해제를 위한 명분이 충분치 않으면 제재 해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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