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 가진 2차 북미정상회담이 구체적 합의 없이 종료되면서 남북경협 재개도 기약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숙소인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서 합의 결렬에 대해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한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라는 이번 협상의 핵심 과제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외에 우리가 추가로 아는 것이 있다는 것에 북한이 놀랐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추후 합의까지 적지 않은 물리적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곧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핵과 관련한 핵심 시설을 의도적으로 숨겼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수준이 북한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미국의 요구 조건이 까다로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12년째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대표적인 남북경협 사업 재개까지 다시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개성관광, 원산~갈마지구까지 줄줄이 남북경협이 확대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까지 나왔지만 이번 협상 결렬로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북사업의 대표적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그룹은 실망감이 역력한 분위기 속에서도 담담함을 유지했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조성사업 등을 수행했지만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 이후 중단됐고, 개성공단은 2016년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 일환으로 가동을 멈췄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하루빨리 남북경협 재개 여건이 마련되기 바란다”며 실망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기대와 희망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에서 대북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아산 관계자도 “이번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금껏 해오던 것처럼 우리가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적지 않은 실망감을 표했다.
이날 해당 기업인들이 모여 북미 정상회담 중계를 지켜보던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서는 합의가 결렬됐다는 속보가 뜨자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팔짱을 낀 채 TV 화면을 지켜보던 신한용 개성공단기업비대위원장은 “분명한 점은 이것이 끝이 아니고, 우리는 반드시 개성공단에 갈 것”이라고 말한 뒤 고개를 떨구고 눈물까지 흘렸다.
개성공단 입주 1호 기업 신원 관계자는 “비록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양한 논의를 했을 것”이라며 “시간이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총 7차례에 걸쳐 방북 신청을 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는 모두 불허(3회)했고 문재인 정부는 유보(4회)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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