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이 없을 수 있다고? 긴박하고 길었던 ‘하노이 서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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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8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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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대변인 “점심 없을 수 있다”는 알림이 ‘단초’

“협상은 진행 중이고, 점심이 없을 수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렇게 말했다는 내용의 영문 메시지가 현지시간으로 28일 낮 12시44분쯤 베트남 하노이에 출장 온 기자들 사이를 떠다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게 무슨 영문(?)인지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다.

이 메시지에 이어 한 외신기자가 “중대한 변화가 있다”라며 “회담이 30분에서 45분 내에 중단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로 돌아갈 것”이라고 트윗한 글이 프레스센터 기자들을 엄습했다.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비핵화와 제재완화 여부가 논의될 2차 북미정상회담이 중단, 결렬될 수 있음을 처음 알린 것이다.

이는 곧 현실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비스트’가 회담장인 메트로폴 출입구에서 시동을 걸고 대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로이터통신과 CNN 등 외신들이 “백악관이 정상회담 일정 변경을 공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이 끝난 이후 숙소인 메리어트 호텔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전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회담 결렬, 협상 중단이 ‘현실’을 깨우친 것이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23분쯤 4시간 30여분간의 만남 끝에 예정된 업무오찬과 공동서명식 없이 회담장을 거의 동시에 떠나 숙소로 복귀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담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2차 북미정상회담에 큰 ‘이변’이 생긴 것이다.

애초 두 정상은 계획대로라면 이날 오전 11시55분부터 업무 오찬을 함께한 뒤, 오후 2시5분 공동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양 정상은 이날 오전 8시54분쯤 회담장에서 전날 27일 만찬에 이어 둘째날 만남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 정상이 내놓은 말들도 하나같이 긍정적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확대정상회담 시작 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및 모두발언에서 ‘비핵화를 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의 구체적 과정에 대한 준비가 돼 있냐는 질문에 “지금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의 답변을 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준비가 돼 있냐’는 질문에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러면서도 기자들을 향해 “우리에게 충분한 이야기를 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며 “우리에게는 1분이라도 귀중하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확대회담 전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도 논의하고 있고 모든 것을 다 논의하고 있다”며 긍정적 결과를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굉장히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궁긍적으로 김 위원장과 북한, 우리에게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큰 성공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결과는 한순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 위원장의 훌륭한 지도력을 가진 북한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정말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확대회담은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이오 국무장관,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북미 4대3 확대회담’으로 진행됐다.

미국 측 확대회담 후열에는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매튜 포틴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도 자리했다.

앞서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54분쯤 회담장인 하노이 소재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라며 “(결과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 우리가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을 보여줄 때가 와서 이제 하노이에 와서 이틀째 훌륭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두를 생각이 없다”며 북한과의 특별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고 북한에 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북한의 잠재력은 어느 나라와 경쟁할 수 없이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양 정상은 40분 남짓후인 9시35분쯤 호텔 내 정원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나란히 걸으며 서로를 가리키는 모습도 보였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양 정상을 맞은편에서 기다렸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발짝 떨어져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만나 악수 후 서로 웃으며 대화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으며 친근한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오전 9시37분 정원을 벗어나 다시 호텔 실내로 들어가 오전 9시45분부터 확대회담을 시작했다.

(하노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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