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일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이 당초 원하던 ‘안전담보’ 문제를 일정 부분 포기한 채 이번 북미 2차 정상회담에 임했음을 밝혔다.
비핵화를 하기 전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 등 ‘선(先) 상응 조치’ 요구를 내려놓고 일부 제재 해제에 만족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측은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비핵화 조치도 명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 진실공방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하노이에 머물고 있는 리 외무상은 1일(현지시간) 새벽 기자회견을 열고 정상회담 결렬에 있어 북측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다.
리 외무상은 ‘북한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미국측 주장과 달리 인민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일부 제재 항목의 완화만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북측으로선 오래 공을 들인 회담인 만큼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강조하며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측으로 돌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회적인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리 외무상은 이어 “이 자리에서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함에 있어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안전 담보 문제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봤다”라며 “그래서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의 발언으로 볼 때 북측 대표단은 당초 비핵화 조치에 있어 자신들의 ‘안전 담보’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 담보’란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 선언 등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하는 수단을 가리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리 외무상은 지난해 9월2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는 대북 제재 해제와 종전 선언 이전에 핵무기 폐기·반출 같은 본격적 비핵화 조치는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혔고 당시엔 북한이 그간 주장해 온 ‘동시 행동’보다 한발 더 나아간 미국의 ‘선(先) 상응 조치’ 요구에 가까운 주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강력히 상응 조치를 주장하던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선 입장을 선회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통해 종전 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를 한꺼번에 받아내려 했으나 앞선 실무회담 등에서 자신들의 전략이 먹히지 않자 미측에서 영변 폐기 외에 ‘+α’를 요구하면서 종전 선언은 내려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리 외무상의 발언으로만 보면 북한이 기존 자신들의 입장을 상당 부분 내려놓고 협상에 임한 것으로 보이나 미측은 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어 양측의 진실 공방에 따른 후폭풍은 지속될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필리핀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측이 기본적으로 전면적인 제재해제를 요구했다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관련해 무엇을 내놓을 준비가 됐는지 분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리 외무상의 기자회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가) 앞으로 수일, 수주 내에 진전을 이룰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혀 북미 실무진 간 재접촉을 시사하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