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北대사, 북미회담 결과에 ‘묵묵부답’…평온해진 하노이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3일 18시 15분


北 대사관 관계자 金 방문·회담 "다 잘됐다"
북한 대사관 앞 울타리 철거·경비 느슨해져
메트로폴 호텔 만찬·오찬 장소 일반인 사용
영빈관엔 관광객…멜리아 호텔 22층 예약돼

지난달 26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문했을 당시 “만세” 소리가 들렸던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은 고요함 속에 휴일을 보냈다.

3일(현지시간) 낮 12시께 뉴시스 취재진과 만난 김명길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파란색 줄무늬 반소매 셔츠를 입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로 보이는 그림이 새겨진 직경 1㎝ 크기의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그는 ‘북미 회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위원장 방문 이후 대사관 내부 분위기가 어떠한가’, ‘리용호 외무상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반응은 어땠는가’ 등에 대해 취재진이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김 대사는 취재진과 함께 대사관 앞에서부터 150~200m 정도를 함께 걷는 동안 정면만 바라봤다. 그는 취재진이 재차 질문하자 한 손으로 물리치며 횡단보도를 건너 달아났다.

다른 대사관 직원은 ‘김 위원장이 왔다갔는데 어땠냐’는 질문에 “좋지요 뭐, 다른 거 없어요”라고만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도 내부에서 그렇게 보느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다 잘 됐으니까”라고만 했다.
그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언급한 영변 핵 시설 폐기에 대해 묻자 “우리는 잘 모른다. 오늘은 휴일이다”라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이날 북한 대사관은 내부에서 직원 서너 명만 돌아다녔을 뿐 별다른 왕래가 없었다. 대사관 앞을 지키던 베트남 공안 1명이 취재진을 예의주시했지만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4박5일 베트남 방문 일정의 첫 공식 방문지로 들른 북한 대사관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모양새였다. 대사관 앞 사거리에 세워졌던 펜스들도 1개만 남기고 모두 철거됐고 강화됐던 경비도 느슨해졌다.

대사관뿐만 아니라 지난달 27~28일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개월 만에 재회했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도 다시 평온한 분위기를 되찾았다. 거리에 매달렸던 미국 성조기, 북한 인공기, 베트남 금성홍기는 자취를 감췄다.

메트로폴 호텔 입구마다 설치됐던 검색대도 모두 사라졌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교만찬장이었던 라 베란다(La Veranda)는 일반인에게 다시 공개돼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두 정상이 단독회담 후 잠시 산책을 했던 호텔 중앙 정원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으며, 업무오찬 예정 장소였던 정원 옆 호텔 식당도 정상 영업을 했다. 이날도 20여 명의 손님이 식당을 이용하고 있었다.

다만 두 정상의 회담이 이뤄졌던 장소는 공개가 되지 않았다. 호텔 관계자는 “호텔 마케팅 관계자에게 연락을 해서 허가가 돼야 공개할 수 있다”며 “당시 (장소가) 보안 사항이어서 우리도 정확히 어딘지 모른다”고만 했다.

회담장으로 알려진 장소 몇 군데를 돌아봤지만 모두 시설이 철거돼 당시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김 위원장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 등 북한 수행원 선발대가 묵었던 영빈관(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도 회담 전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이 인근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김 위원장의 숙소였던 멜리아 호텔도 검색대가 치워지고, 레드 카펫이 사라졌다. 공안이나 기동대 병력도 없었다. 김 위원장이 묵었던 22층 스위트룸은 전날 보안 문제 등으로 북측 관계자들이 드나들었지만, 지금은 해당 층의 스위트룸 예약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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