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수 주 내에 협상팀의 북한 파견 의향을 밝히면서 정부의 북-미 중재 움직임도 빨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달 내로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제재의 틀 내에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 추진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일단 북한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 이탈을 막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 통화에서 요청한 대로 북-미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중재하는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실무회담, 특사 파견, 남북 정상회담 중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지 북-미 양쪽의 의사를 타진해 가면서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교류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하노이 북-미 회담과 남북관계 발전 전망’ 강연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기업인들의 시설 점검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 장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이번에 (북-미 간) 합의되지 않아 많은 분들이 어렵다 전망하지만 현 단계에서도 향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대비해서 해나갈 작업들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서를 6일 오전 10시 통일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8번째 신청으로 정부는 앞서 7번 중 3번은 불허, 4번은 유보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엔 일부 국회의원도 함께 찾아 정부에 신청서 수리를 독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5일 미국 워싱턴으로 떠났다. 이 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을 만나 하노이 회담 후속 대책을 청취할 예정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미가 서로 치고받다 딱 멈춘 그 지점을 알아보려는 작업”이라고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구도 자체를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첫 반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관측이 많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앞세워 미국과의 대화 회의론을 부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딜 충격’을 조기에 털고 일어나 대화 재개를 결심할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α’로 영변 핵시설 외에 분강을 지목해 폐기를 요구했다는 일각의 관측을 공식 부인한 것도 북한에 다시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는 여러 신호 중 하나로 보인다. 노재천 국방부 공보담당관은 이날 “(분강은) 영변 지역 내에 있는 지명”이라고 했다. 정부는 분강에는 우라늄 농축시설 등 비공개 핵시설이 아닌 행정시설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군사 분야를 맡고 있는 국가안보실 1차장 산하에 있던 비핵화 업무를 통일·외교·통상 업무를 맡는 안보실 2차장 산하로 옮기는 안보실 직제 개편을 단행했다.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 핵심 업무를 총괄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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