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6일 고(故) 장자연 씨의 동료 배우인 윤지오 씨가 실명 공개와 함께 ‘장자연 사건’에 대해 증언한 것과 관련,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얼굴까지 당당히 공개한 윤 씨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장자연 씨 사망 10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동료배우 윤지오 씨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고 장자연 씨 사건의 진실이 또 한 겹 벗겨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고 장자연 씨 사건은 언론·재계·법조계 등 권력의 핵심부에 위치한 기득권 인사들이 한 여성을 철저하게 유린하고 죽게 만든 사건”이라며 “이번 증언으로 이들 범죄를 경찰이 철저히 은폐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고인에 대한 성폭력 가해자는 물론 수사은폐 의혹까지 한 점 남김없이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윤지오 씨는 ‘가해자가 죄의식 속에 살아야 하는데 피해자는 책임감과 죄의식을 갖고 사는 현실이 한탄스러워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 전 고인에 대한 성추행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이후 경찰에 일관되게 증언해왔다. 그러나 증언 이후에 돌아온 것은 그에 대한 불이익뿐이었다”며 “윤 씨의 고통은 ‘미투’ 여성들이 겪은 것과 다르지 않다. 장자연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실규명 못지않게, 진실을 위해 용기를 낸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시스템 또한 제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윤지오 씨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윤 씨는 그간 익명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해왔다.
윤지오 씨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너무 떳떳하게 사는 걸 보면서 억울한 심정이 들었다”며 장자연 문건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장 씨는 2009년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와 성접대를 강요받고 욕설,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바 있다.
장자연 씨가 성추행 당한 것을 봤다고 증언한 윤지오 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사가 부실하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윤 씨는 “질문 자체도 제가 느끼기에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는데, 수박 겉핥기식처럼 다른 질문만 했다”며 “(가해자의) 구두 색깔, 무슨 구두를 신었느냐 등 그런 질문 자체를 늦은 시각에 듣다보니 반복되어 졌다. ‘왜 이런 질문을 13번이나 반복하나,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는데’(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런 질문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지오 씨는 저서 ‘13번째 증언’을 통해 “(13번째 증언에 담긴) 잔혹동화 같은 이 이야기가 바로 지난 내 삶”이라며 “자연 언니와 함께했던 시간은 기껏해야 1년 남짓, 하지만 나는 그보다 10배가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언니를 잊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라우마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라고 들었다”며 “지금도 나는 언니의 죽음을 견뎌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애기야’ 하며 다정하게 부르던 그 목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언니의 내민 손을 미처 깨닫지 못해 못 본 것 아닌가 하는 자책감과 회한으로 나는 13번의 증언을 했다. 그것이 살아남은 내가 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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