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리 무기비축, 美의 北요구 수용 기다리기 등 꼽아
"北, 시간 갈수록 더 많은 대량살상무기 보유할 것"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및 상응조치에 대한 양국 이견으로 협상 결렬로 마무리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향후 선택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북한은 회담 결렬 이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새로운 길’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센터 알렉산더 버빙은 5일(현지시간) 디플로맷 기고문을 통해 김 위원장이 추구할 수 있는 향후 선택지로 ▲공격적 행동 ▲비밀리 무기비축 ▲동북아 다른 국가와의 관계 집중 ▲미국의 제재해제 요구 수용시까지 인내 ▲양보를 통한 미국과의 차선합의 체결 등 5가지 방안을 꼽았다.
버빙은 먼저 김 위원장이 미국에 위기감을 주기 위해 공격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을 꼽았다. 중단 상태였던 북한의 도발행위 재개 등이 이에 속한다. 버빙은 다만 이 선택지에 대해선 “김 위원장에겐 좋지 않은 선택”이라며 “노골적인 공격은 오직 더 많은 제재만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빙은 이어 북한이 표면적으론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행위를 중단하면서도 내부적으론 향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비밀리에 무기보유량을 늘리는 방법을 김 위원장의 두번째 선택지로 지적했다. 그는 특히 “5㎿e의 영변 원자로는 매년 폭탄 2개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양인 6㎏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버빙이 제시한 세번째 선택지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 대신 한국, 일본과 별도의 협상을 시도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압력을 가하도록 부추기는 방안이다. 그러나 버빙은 “김 위원장이 그간 한국을 비롯해 아마도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이같은 길을 추구해 왔지만 제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버빙은 이어 “김 위원장은 공격적으로 일본을 사로잡으려 할 수 있지만, 대량살상무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한 어떤 제재도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6자회담 복귀는 미국보다 북한에 더 압박이 되기 때문에 북한에겐 명백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취할 네번째 선택지로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북한 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더 나은 시간’이 오기까지 인내를 갖고 기다리는 방안을 꼽았다. 북한은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해체 대가로 민수경제 관련 제재 등의 완화를 요구한 상황이다.
버빙은 다만 “이 선택지의 큰 위험은 ‘더 나은 시간’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 협상 상대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정치적 입지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는 내부적으로 증가하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며 “게다가 내년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고 지적했다.
버빙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들이는 시간을 줄일 것이고, 성과가 없는 김 위원장과의 또 다른 회동을 무릅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다림이 2020년을 넘길 경우 (대통령 교체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정말 큰 도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로 북한이 요구수준을 낮추거나 보다 큰 폭의 양보를 택해 미국과 ‘차선의 합의’를 타결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이는 제재 완화를 받아내기 위한 가장 현실적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버빙은 다만 “(차선의 합의는) 이를 이용해 더욱 이득을 취하려는 ‘최대주의 협상가’들로부터 (김 위원장이) 약하다고 인식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빙은 5가지 선택지 중 북한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옵션으로 ‘겉으로는 더 나은 시간을 기다리며 내부적으론 비밀리에 무기보유량을 늘리는 것’을 꼽았다.
그는 이어 “(협상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북한은 더 많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해왔다”며 “시간이 자기들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국이 깨닫지 못하거나, 북한이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정치를 컨트롤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미국 모두가 신속한 협상 재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양국 최고지도자 간의 만남에 크게 의존하는 정상회담 중심 접근법은 헛발질을 할 수밖에 없다”며 “낮은 수준의 대화를 강화하고, 보다 완만하게 움직이고, 낮은 단계에서 작은 돌파구가 열리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 ‘톱다운 방식’에서 실무협상 중심으로의 협상방식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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