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 산음동 등 미사일 시설 움직임 포착
계획된 행동 가능성…핵시설 움직임 노출 여부에 촉각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즈음해 주요 미사일 시설에서의 움직임을 재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 같은 동향을 핵시설로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보 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미사일 시설에서의 움직임은 대표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지인 동창리 일대와 평양의 군사 연구시설로 파악되는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 포착됐다.
정보 당국의 첩보와 외국의 위성사진 등을 통해 7일까지 파악된 관련 동향을 보면, 북한은 동창리 시설 내에 이동식 조립건물을 복구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조립건물의 구체적 용도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7월 한 차례 해체됐던 시설이 복구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당 시설이 ICBM 추정 발사체를 수직으로 세워 발사대로 옮기는 기능을 할 것이라는 주장과, 전혀 용도가 다른 시설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기도 한다.
산음동 시설의 경우 물자 운송 관련 활동이 포착됐다는 것이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이 같은 동향을 두고 북한이 단순히 해당 미사일 시설들의 개보수를 진행하는 것이거나, 지난해 5월 풍계리 핵실험장 공개 폐쇄 때처럼 관측대를 설치해 향후 외신 등에 공개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시나리오는 두 개다. 미사일 관련 활동의 재개가 아닌 활동을 통해 ‘유화’ 제스처를 보냈을 가능성과, 미사일 관련 활동의 재개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을 구사했을 가능성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 당국의 의도된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일 사이에 진행됐다는 정보 당국의 판단에 비춰보면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메시지 전파 차원의 관련 움직임을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
2차 정상회담의 결렬 후 북한이 관련 활동의 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새로운 길’을 언급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당시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북한이 북미 협상이 틀어질 경우 다시 무력시위를 재개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실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이 같은 분석이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시설 내에서의 움직임도 의도적으로 노출하며 ‘노출’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이견을 보였으며 북한 핵 능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변 핵시설 내에서의 움직임이 최대 관심사다.
당시 북미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가치 판단의 격차를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은 영변+α(알파)를 원했고, 북한은 영변 시설만으로 충분한 ‘딜’이 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미국식 계산법’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협상안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북한은 향후 협상의 추동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영변 시설의 ‘가치’를 높이려 들 수 있다. 미국이 매긴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점수를 높이고 싶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의 진행 과정에서 핵 관련 움직임을 재개하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도박’에 가까운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방안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로 북미 관계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른바 미국 내 ‘매파’에 힘을 실어주는 ‘자살골’을 넣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시적으로 여론에 파장은 미칠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대북 제재 해제라는, 받아낼 것이 많은 협상의 판을 과격하게 이끌어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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