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강경 입장 재확인…北 ‘새로운 길’ 모색?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9일 08시 25분


美국무부 “단계적 접근 지지 안해…개성·금강산 면제없다”
볼턴 입김 강해져…빠른 접합 없으면 장기교착 돌입할 듯

하노이 정상회담 때 미국이 썼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전략이 대북 협상 방식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이 초강경 입장을 계속 고수하면 그렇지 않아도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북미 간 대화 국면에는 심대한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경제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올 포 올(all-for-all)’ 협상을 위해 미국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길 기다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 수용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당국자는 “행정부 내 누구도 단계적 접근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월 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두 정상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했던 모든 약속들을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발언과 상충되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비핵화 방식에 대해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면서 이는 “핵연료 주기의 모든 핵심 부분 제거, 모든 핵 물질·탄두 제거, 모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 혹은 파괴, 다른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영구 동결”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대북제재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도리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서 제재가 강화될 수 있다고도 했다. ‘국무부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제재 면제를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미 정부는 북한의 FFVD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021년 초까지 가능하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도 말했다. 최근 시설 복구 정황이 포착된 동창리 발사장에 대선 “해당 시설이 ‘현재 가동 중’이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창리 발사장에 대한 사찰을 북한 측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하면서 “이 발사장에서 우주발사체(SLV)를 쏘는 것은, 우리의 관점에서 북한이 했던 약속을 어기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위성을 쏘더라도 북미 간 대화의 기본 조건인 미사일 모라토리움(유예) 약속 위반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의 발언이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최근 미국 언론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들과 거의 동일하다는 점은 하노이 회담을 기회로 대북 협상에서 강경파들이 중심에 자리 잡았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노딜’을 선택했고, 이후 자신에게 쏟아지는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볼턴 보좌관을 내세웠지만 이젠 협상의 전면에 그를 포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입장으로 상당히 기울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볼턴 보좌관이 대북 협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향후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 회담은 결렬됐다고 하더라도 이후에도 볼턴이 계속 키를 잡고 있는 것이 불안하다. 볼턴은 판을 깨겠다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동창리에서의 움직임은 미국의 강경한 방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북한이 대미 압박을 하고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시험 중단을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압박을 넣어 실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한다. 외교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의 수석 에디터 앙키트 판다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이 4월15일(태양절)과 4월25일(인민군 창건일)에 SLV를 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북한이 급격한 노선 변경을 취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양측 모두 협상의 판을 깨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먼저 깨면 중국과 러시아의 대오 이탈로 제재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고, 북한이 치고 나가면 추가 경제 제재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란 것.

그래서 북미 간 협상 동력이 살아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중재 활동 등으로 회담 결렬에 따른 균열이 빨리 접합되지 않으면 양측 간에 아무것도 이뤄지는 것 없이 기 싸움만 하는 교착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수위를 높여 압박을 계속하면 북한은 중국이나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들이 말하는 ‘주도적 비핵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국제 여론을 얻으려 할 것이고, 그 다음에 자력갱생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기대를 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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