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대표연설…프랜시스 후쿠야마 인용
"불능의 정치체제 비토크라시로 아무것도 못해"
"서로 타협했을 때 국민으로부터 큰 박수 받아"
공수처·국정원법·수사권조정·선거제 개혁 과제
"과감한 개혁 통해 정치 물줄기를 바꾸자" 제안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정치 지형에 대해 “상대 정당의 주장과 정책에 대해 무조건 반대함으로써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불능의 정치체제 ‘비토크라시’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며 정쟁만 있고 타협은 없음을 지적,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이제 국회가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인,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언급한 ‘비토크라시’(Vetocracy)는 ‘거부’라는 의미의 ‘비토’(veto)와 ‘데모크라시’(democracy·민주주의)의 합성다. 거부민주주의 혹은 거부정치라는 뜻이다. 정부정책과 입법 과정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동을 거는 현상을 말한다. ‘역사의 종언’을 쓴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처음 언급했다.
홍 원내대표는 5·18 왜곡발언 등을 비롯한 세간의 가짜뉴스를 예로 들며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갈등조정’과 ‘사회통합’에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정치에 대한 국민의 외면과 불신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겠나. 정치가 신뢰와 품격을 되찾아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생각해보면 여야가 대치하고 극렬하게 맞설 때, 각자의 진영에서 박수를 받았지만, 성과는 내지 못했다”며 “그러나 서로 대화하고 타협했을 때,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고 많은 입법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이 일하는 국회를 명령하고 있다며 ▲공수처법 ▲국정원법 ▲검·경 수사권 조정 ▲선거제 개혁 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홍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은 대통령 친인척과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것이고 국민 80%가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 15년째 국회에 발이 묶여있다. 통과시켜야하지 않겠나”라며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국정원 국내정보담당관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정치에 개입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조직을 없애고 일하는 기관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국정원 개혁을 더 늦춰선 안 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지난 50년 간 이 문제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첨예하게 맞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사상 처음으로 부처 간 수사권 조정에 합의했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혁을 ‘정치 불신을 해소할 개혁의 방아쇠’로 규정하며 “20대 국회에서 꼭 처리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20년 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해 왔다. 지역주의를 해결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라며 “선거제 개혁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과감한 개혁을 통해 한국 정치의 물줄기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홍 원내대표는 “당리당략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할 때 평화는 완성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국회 차원의 협치도 제시했다.
그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명문화된 합의 도출은 못 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 의지를 재확인하고 평화구축과 비핵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확인했다. 북미 양측이 서로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최종 타결에 이를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협상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우리의 ‘촉진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당사자”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이끌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게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김 위원장을 문 대통령과 대화하도록 밀어주는 일종의 3각 협력을 통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보수진영도 이제 평화의 문을 함께 열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진보진영만의 의제가 아니다. 또 한반도 비핵화가 보수진영만의 의제도 결코 아니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는 어떠한 이견도 없다.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초당적인 협력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홍 원내대표는 “남북문제도, 노사문제도, 사회갈등도 결국은 정치를 통해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며 “어제까지 각자의 작은 원을 그렸다면 이제 우리는 더 큰 원을 그려야한다. 나와 내 편이 아닌, 모두를 포용하는 통합의 원을 그려나가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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