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지역구 의석 축소-연동형 비례제 도입’안과 정반대되는 ‘의원 정수 10%축소-비례대표 폐지’안을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3월 국회에서 양측의 ‘강대강’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측의 안은 중재 고리가 전무할 정도로 극과극으로 갈린다. 이는 선거제 개편 등 정치개혁의 근본 목표와 지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 해답 또한 극명히 엇갈리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당은 국회의원과 비례제 확대는 국회의원 축소와 비례제 폐지를 원하는 국민여론에 반하는 것이라는 게 당론을 이같이 결정한 배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의 마음은 의원 수를 줄여라, 그리고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국회의원보다는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국회의원의 유지에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야4당의 안에 대해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하면 사실상 연동형 비례제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아마 연동형 비례제를 우리가 도입하는 경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헌재는 지난 2001년 “1인1투표 제도를 통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배분 방식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전까지 전체 지역구 선거 득표율을 기반으로 전국구 의원 수가 배분됐지만, 이러한 결정 이후 비례의원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가 지역구 선거와 별도로 치러졌다.
나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국회의원 득표율까지 다 합쳐 받은 득표율로 의석을 나누자는 것인데, 이것은 지역구 선거제를 무력화하기 때문에 위헌성이 있다”며 “비례대표 명부에 대해 별도로 투표하게 한 것, 뒤집어보면 연동형비례제는 위헌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현행 지역구 선거에서 강세를 보이는 한국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큰 비례제 선거를 늘리기 보다는 비례제를 없애고 지역구 의석을 더 늘리는 게 유리하다는 정략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무엇보다 비례대표 선거가 개편, 확대될 경우 원내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 추진 초반부터 제기돼왔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5년 내놓은 ‘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으로 개편-권역별(전국단위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고안과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득표율을 토대로 시뮬레이션 할 경우, 한국당은 전체 122석(지역구 105석, 비례 17석)에서 105석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8석이었던 국민의당은 38석(지역구 25석, 비례 13석)에서 83석으로 대폭 늘어나며, 전체 6석(지역구 2석, 비례 4석)인 정의당은 23석을 얻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여야 4당도 한국당 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 내부에선 한국당안이 여론에 편승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은 모양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야3당이 회동을 갖고 선거제 관련 논의를 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 비례대표제를 없애겠다는 데, 헌법에는 비례대표제에 관해 법으로 명시하도록, 명시적으로 입법 명문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헌법은 제41조3항에서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 의원은 또 한국당을 겨냥 “국회를 불신하는 여론을 방패막이 삼고 여론에 편승하는 얄팍한 정치가 더 이상 용인돼선 안된다”며 “국회가 이렇게 불신을 받는데 1등 공신은 한국당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일말의 책임이 있다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양측의 타협지점이 전혀 없는만큼 향후 여론전에서 민심의 향방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어느 쪽의 주장·논리가 지지를 얻는지에 따라 향후 선거제를 포함한 정치개혁의 방향도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주현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현역 의원으로서 여론을 무시하거나 여론 반대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기엔 리스크가 따를 것”이라면서도 “민심을 반영한 선거제도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그에 따른 부산물로 국회의원 수가 늘어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현실적으로 지역구 의석수를 대폭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민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도 포퓰리즘 우려가 있다. 선거제도 개편 문제는 정치엘리트인 국회의원들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대승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