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숨고르기’냐 ‘리셋’이냐…北美 모두 “행동 나서라”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13일 11시 07분


北 “완전한 비핵화 입장 확고…美가 결단해야”
美 “말은 쉽다…행동으로 비핵화 이행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노동신문) 2019.3.1/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노동신문) 2019.3.1/뉴스1
북한과 미국이 2차 정상회담의 결렬 후 본격 ‘장외 설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주고받는 언사로만 보면 양 측의 관계가 비핵화 협상의 초기 단계로 ‘회귀’한 듯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의 선전 매체인 ‘메아리’는 13일 ‘주견이 없으면 조미(북미) 관계의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의 오늘’, ‘우리민족끼리’ 등 다른 선전 매체들도 전날인 12일 각기 기사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조선의 오늘은 특히 리현이라는 이름의 외무성 부원 명의로 된 글을 게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선전 매체가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보다 권위는 낮으나 외교 당국자의 명의로 된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당국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날 메아리의 글에서는 특히 북미 간 ‘단계적 딜’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메아리는 “우리 공화국은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조미(북미) 두 나라 사이의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가장 현실적이며 통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를 제안하였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우리가 제안한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한 부분적 해제 요구는 현 단계에서의 미국 정부의 입장과 요구도 충분히 방연한 것”이라며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은 사실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치한 견해이며 이에 대해서는 미국 자신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민수 경제’로 표현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5개의 일부 사항의 해제와 영변 핵시설의 공개적 폐기의 교환을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에 따른 요구사항으로 거듭 제기한 것이다.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은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있어 꾸준히 제기해 온 것으로 ‘단계적 비핵과 조치’와 이에 대한 보상을 최종적 비핵화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교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방식으로 미국이 주장했던 ‘완전한 선(先) 비핵화 후 보상’과 대비되는 입장이다.

미국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빅딜’ 안을 거두지 않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대대적인 언론 인터뷰에 나선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국무부 라인도 연이어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12일 텍사스 지역 방문을 계기로 복수의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행동뿐”이라며 “말은 쉽다. 말보다 행동으로 비핵화를 이행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면서도 가시적인 행동에 먼저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의 입장을 비판한 것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무팀 대표인 비건 특별대표도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워싱턴 DC에서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국은 비핵화 협상 초기 주장했던 ‘북한의 선(先)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원칙으로 입장을 바꾼 듯하다.

이 같은 기류는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우리는 ‘당신(김정은)이 모든 걸 다 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라고 말하지 않았다”라던 비건 특별대표가 이번 좌담회에서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 것도 합의될 수 없다”라고 입장을 변경한 것에서 파악할 수 있다.

미국 측 주요 인사들의 발언과 북한 선전 매체의 일련의 보도를 보면 2차 정상회담의 결렬 원인이 된 양측의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은 듯하다.

특히 ‘선 비핵화’와 ‘단계적 동시행동’이 맞붙는 구도는 지난해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 전후에 북미가 보여 준 갈등 구도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했던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 비핵화 협상 국면이 ‘초기화(리셋)’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성급하게 결론 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의 장외 설전을 정상회담의 결렬에 따른 자연스러운 신경전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북미 모두 상대방에게 뼈 있는 말을 던지면서도 지속적으로 관계 개선,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지적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현 시점은 양측 모두 ‘다음 스텝’을 위한 전략을 짜는 시점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다만 실제 대화 재개 시점까지는 어느 정도가 걸릴지는 미지수다. ‘중재자’인 한국의 행보는 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중재자로 역할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점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카드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움직임의 속도에 따라 북미 대화 재개 시점도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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