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기업인 450여명 참석…산업발전 방안 논의
할랄시장 공동 진출 등 3대 경제협력 비전 제시
4차 산업혁명 시대 양국 공동 대응 필요성 제안
靑 "말레이, 테스트베드로 협력 가치가 큰 국가"
박용만 "올해 양국 FTA 타결도록 적극 지지할 것"
삼성전자·현대차·SK이노베이션·LG전자 등 참석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한·말레이시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이하 현지시각) 쿠알라룸푸르 만다린 호텔에서 ‘신남방정책의 전략적 파트너, 말레이시아와의 경제협력’ 주제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이번 포럼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양국 주요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시장 창출 및 산업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지난해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지지해준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의 발언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양국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또, 내년 수교 60주년을 맞는 한·말레이시아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공동 대응 ▲사회 인프라 조성 협력 ▲할랄시장 공동 진출 협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3대 경제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첨단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 개발, 스마트시티 구축 등 미래 산업분야 협력을 고도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환경보호 및 수자원 관리, 에너지전환·에너지효율 강화, 의료시스템 협력을 통해 사회 인프라 조성을 위한 양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양국이 강점인 한류와 할랄을 접목해 글로벌 할랄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한 협력을 가속화하자고 제시했다.
환영사로 나선 떠 리옹 얍 말레이시아 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은 외환위기 극복의 탁월한 탄력성을 갖고 있고 (한국의 사례에서) 어떻게 성공적으로 반등했는지 등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한류를 분석할 때 한국의 창의력과 기술이 한국 문화를 (어떻게) 투영했는지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는 여러 면에서 한국과 다르지 않다”며 “양국 간 이해를 도모하고 사회경제적 유대감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은 환영사에서 “양국 FTA(자유무역협정) 공동연구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말레이시아의 동방정책의 좋은 출발점”이라며 “올해 양국 FTA가 타결되도록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양국 기업인을 만나 힘쓰겠다”며 “많은 분들이 말레이시아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를 궁금해하고, 합작회사 만들어야 하는데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 구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체계적인 솔루션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얍 다툭 이그나티우스 다렐 레이킹 말레이통상산업부장관은 축사에서 “말레이는 한국을 답습하고 싶다”며 “한국은 아세안+3 회원국이고,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경제 블록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럼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 129개사, 200여명의 한국 측 경제사절단이 참석했다.
경제인으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송대현 LG전자 사장, 구자열 LS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 대표이사, 김태형 GS글로벌 대표이사 등이 함께 했다.
또 경제·기관단체 참석자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말레이시아 측에선 떠 리옹 얍 말레이시아 상공회의소 회장, 데럴 레이킹 통상산업부 장관, 기업개발부·경제부·환경기후변화부 장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박용만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국 FTA 연내 타결과 관련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양국 기업인들을 만나보니 기대감이 있었다”며 “산업부 장관 간담회를 가보니 정부의 의지도 높았다”고 전했다.
또 “말레이시아에 새 정부가 들어서서 양국 간 협력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FTA 협상 이야기가 나와 반갑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한·아세안FTA와 관련해 “발효된 지 벌써 10년이 넘지 않았나. 그동안 한·아세안FTA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베트남처럼 이미 양자 FTA를 체결해 한·아세안FTA를 보완한 사례도 있다. 협상에 진전을 이룰 여건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들 간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한·말레이시아 비즈니스 포럼 모두발언>
얍 다툭 이그나티우스 다렐 레이킹(Y.B. Datuk Ignatius Darell Leiking) 국제통상산업부 장관님, 탄스리 다툭 떼 레옹 얍(Tan Sri Datuk Ter Leong Yap) 말레이시아 상공회의소 회장님, 다토 아즈만 마흐무드(Dato’ Azman Mahmud) 말레이시아 투자개발청장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님, 양국 경제인 여러분.
슬라맛 빠기(안녕하십니까)!
올해 저의 첫 해외순방 일정으로 아세안 창립국이자 선도국인 말레이시아를 찾았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발전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오가는 모노레일과 스카이라인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연평균 5%가 넘는 고속성장을 이루고 무역규모 4천3백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인구 1000만 이상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는, 아시아의 경제심장, 말레이시아의 역동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말레이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최고의 투자국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볼레(할 수 있다)’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여기 계신 경제인 여러분이 그 주역입니다. 여러분의 노력에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양국 경제인 여러분,
내년이면 양국이 수교한 지 60주년이 됩니다. 양국은 어느새 60년의 기간을 교류하며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됐습니다.
말레이시아 국부, 툰쿠 압둘 라만 초대 총리는 1957년 독립광장에서 “독립!”을 일곱 번 외쳤습니다. 그때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느꼈을 벅찬 감동을 한국은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 한국 역시 1945년, 같은 기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60년대에는 말레이시아가 보내준 원조금으로 한국의 파주에 ‘말레이시아교’라는 다리를 지었습니다. 20여년 후에는 반대로 한국기업이 말레이시아에 ‘페낭대교’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양국의 인적 교류도 활발해져 지난 해 무려 100만 명의 국민들이 양국을 오갔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한국은 오랜 교류의 역사 속에서 어려울 때 서로 도운 친구입니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경제파트너이기도 합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한국의 중요한 교역국이자, 투자대상국입니다. 많은 한국기업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있습니다. 양국 간 교역액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200억 달러에 근접했습니다.
특히, 쿠알라룸푸르에 우뚝 솟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도 말레이시아를 더 가깝게 느끼는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지금까지의 협력에서 한 걸음 더 나가 함께 미래를 열어가자고 제안합니다.
존경하는 경제인 여러분,
저는 대통령 취임 직후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함께 잘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말레이시아와를 비롯한 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그 의지를 담은 것이 ‘신남방정책’입니다.
‘신남방정책’은 마하티르 총리님이 일찍부터 추진한 ‘동방정책’과 맞닿아 있습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입니다. 사람 중심의 상생번영 공동체를 아세안의 창립국이자 선도국인 말레이시아와 함께 이뤄내길 기대합니다.
말레이시아의 ‘‘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강이 합류하는 곳’, 이곳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줄기 더 큰 강물로 만나, 힘찬 물길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양국 간의 경제협력은 양국 국민에게 모두 도움이 되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합니다.
저는 말레이시아 방문 첫 일정으로 ‘한류·할랄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한류가 녹아있는 할랄인증 식품, 화장품 등 양국 간 협력의 무한한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할랄 리더 국가입니다. 세계 유일의 국가 할랄 인증제인 ‘자킴(JAKIM)’을 시행하고 있고, 정부가 할랄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계 최고의 할랄 환경을 갖춘 국가가 되었습니다.
최근 한국이 말레이시아 현지기업과 합작 투자하여 할랄인증 식품인 ‘대박라면’을 출시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한국으로 역수출하는 성공신화를 쓰고 있습니다.
양국은 할랄산업 확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글로벌 할랄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전세계 인구 25%가 무슬림이고, 글로벌 할랄시장 규모도 2조 달러가 넘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가장 열정적으로 한류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류와 말레이시아의 할랄이 접목된다면, 더욱 큰 경쟁력으로 거대한 세계 할랄시장에 함께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우타마 쇼핑센터 안에 올해 7월 ‘한류타운(K-town)’이 완공될 예정입니다. 한류와 할랄의 성공적으로 결합하는 플렛폼이 되길 기대합니다.
경제인 여러분,
아세안은 지난해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를 발족하여 스마트시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단지로 두 곳을 선정하여 추진할 만큼 앞서가고 있습니다.
올해 말레이시아와 함께 ‘코타키나발루’를 협력 도시로 하여 아세안 국가 중 첫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스마트시티를 계획 중인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게도 양국의 역량과 모범사례를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유일의 자국산 자동차 생산국입니다. 마하티르 총리께서 예전부터 자동차 산업에 큰 관심을 가진 결과입니다. 최근에는 ‘국가자동차정책’을 통해 전기차,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양국 간 전기차 공동연구도 성과를 내길 기대합니다. 말레이시아의 국가 자동차정책과 한국의 우수한 전기차 및 배터리 기술력이 결합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양국은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공통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5%로, 한국은 2030년까지 20%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양국은 가상전력발전소와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의 에너지저장 기술 위에 말레이시아의 수력, 태양광 에너지를 결합한다면, 낙후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좋은 실증사업이 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IT 협력센터를 설립하여 우수한 IT 분야 인재 양성에도 힘을 모을 것입니다. VR 센터와 2차전지 핵심소재 생산공장 설립 등 양국 기업들의 동참도 경제협력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한·말레이시아 양자 FTA’를 위한 절차에 착수키로 했습니다. 양자 FTA가 빠르게 체결된다면 양국 간 통상협력이 더욱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양국 경제인 여러분,
마하티르 총리님은 지난해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과거와 같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사라질 것”이라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이뤄진다면 양국 간 경제협력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경제인 여러분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가벼우면 같이 들고, 무거우면 같이 짊어진다’는 말레이시아 속담이 있습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함께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가벼워질 것입니다. 양국의 상생번영은 물론,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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