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복귀 즉시 국내·외 현안 보고 받아…액션플랜 구상
내일 수보회의 주재 대신 중재 행보 구상 가다듬을 듯
靑 "북미중재안 마련 위해 北과 물밑접촉 우선 타진 중"
아세안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하루를 쉬면서 국정 구상에 몰두한다.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중재를 위한 전략적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일정 없이 관저에서 휴식을 취한다. 참모들로부터 순방기간 쌓인 국내·외 현안들에 대한 보고를 문서 형태로 챙길 예정이다.
매주 월요일 직접 주재하던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도 노영민 비서실장이 대신 주재하기로 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북미 간 움직임을 정밀 분석하며 북미 대화 중재를 위한 구상을 가다듬는 시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휴일에도 급한 일이 있으면 관저로 문서 형태의 참모 보고는 올라간다”며 “순방 기간 누적된 기본적인 현안에, 북한 문제도 걸려 있어 당장 대통령이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늦게 청와대로 복귀하자마자 국내·외 현안 보고를 빠짐없이 챙겨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보실 중심으로 15일 이뤄진 최 부상의 기자회견과 그에 따른 미국의 반응 등을 묶어 종합적으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각) 국무부에서 최 부상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과 협상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보도된 최 부상의 발언을 봤다”며 “(북한은) 향후 협상을 이어나갈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최 부상의 발언은 “북미 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다”고 한 대목이다. 비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핵·미사일 시험 재개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지만 두 정상 간의 관계까지는 완전히 틀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도 최 부상과 폼페이오 장관이 주고받은 발언 가운데 북미 정상 간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부분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파악해 온 것과 비교했을 때 현재 북미 간 주고 받은 것은 전체 흐름상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냥 말만 주고받은 상황”이라며 “북미 모두 협상의 필요성 때문에 서로 간에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가 더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협상 재개를 위한 시그널을 북미 양측이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협상 결렬 이후 미국 측의 메시지만 나오다가 북한의 공식반응이 처음 나온 것은 대화 의지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는 게 이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양측이 어쨌든 두 정상과의 관계나 대화의 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점이 중요하다”며 “모든 면을 감안해 여러가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과정을 정밀하게 복기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전략적 판단과 문 대통령의 추후 행보를 결정할 수 있는 ‘액션 플랜’(Action plan·실행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의 정확한 반응과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파악을 하고 있고, 그것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그 판단에 따라 액션 플랜이 정해질 것이고, 그것이 가시화 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북한이 보름간의 침묵을 깨고 공식 반응을 내놓은 만큼 문 대통령의 본격적인 중재 구상도 조만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중재 방법이 문 대통령의 여전한 고민의 지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협상 재개를 둘러싼 북미 간 인식 차를 좁힐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각)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신뢰성이 위태롭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3주간은 문 대통령의 임기에서 가장 험난한 시기였을 수 있다”며 “북미협상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신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남북 간 접촉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2일 tbs라디오 김어준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우리(남북)는 비공개 접촉을 할 수 있는 루트와 채널이 있다. 판문점에서라도 빨리 김영철을 불러내든지 해서 ‘이러면 안 된다’는 설득을 해야 한다”며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조금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미 어느 쪽을 접촉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여부는 전체 상황을 봐야한다”면서도 “최근 북한의 움직임도 있었기 때문에 그쪽 의사 확인을 위한 접촉을 (우선) 타진 중이다. 북한의 향후 계획, 최 부상의 기자회견 의미 등을 들어봐야 북미 간 중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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