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18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자마자 30분 만에 격론 없이 활동기간 2개월 연장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엿새 전인 12일 활동기간의 연장 불가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에 대한 각계각층의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전체회의 시작 시간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 사건을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19일 과거사위의 연장 결정을 수용하면 과거사위 활동기간을 5월 말까지 연장한다. 지난해 2월 활동을 시작한 과거사위의 네 번째 연장이다.
활동기간이 연장되더라도 두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의 형사처벌이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조사 기관인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소환 통보에는 강제성이 없는 데다 대부분 공소시효가 완성돼 새로운 단서나 혐의 등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관련자를 형사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전 차관 사건에서 별장 동영상이 2007년 12월 21일 이후 촬영된 것으로 입증된다면 특수강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경찰과 검찰 수사기록으로는 동영상 촬영 시기는 2007년 7월∼2008년 1월로 불명확한 상태다. 특수강간죄의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 시점이 2007년 12월 21일인 만큼 그 이후에 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경우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장자연 씨가 100여 차례의 술자리와 성접대 강요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2007년 10월부터 장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9년 3월 7일 전까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술자리 접대를 받은 남성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형법상 강요(7년), 강제추행(10년)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만약 장 씨의 타살 가능성이 확인되면 살인죄(25년)가 적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진상조사단 활동기간 연장이 형사처벌보다는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려 달라”고 주문했다. 박 장관은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인지, 피해 여성과의 성관계 여부 등 기본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았다”고 기존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