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19일 지난해 제주 관함식 당시 일본의 ‘욱일승천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상징이 삼도수군통제영의 수자기(帥子旗)와 데니태극기였다고 밝혔다.
탁 전 행정관은 이날 자신의 SNS에 “국가행사를 기획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국가행사가 모든 것을 다 의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해석된다’는 것이었다”고 글을 남겼다.
탁 전 행정관은 “대통령이 주관하는 모든 행사가 쉽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일본과 관련됐거나 일본과의 외교문제가 염려되는 행사들은 아무래도 더 예민하게 기획하고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강제징용, 정신대, 독도, 북핵문제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기획된 행사들은 때로는 의도가 있기도 했지만, 굳이 의도가 없는 구성에도 국내·외 언론들의 과도한 해석과 관심 덕분에 의도치 않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행정관으로 일하는 동안 ‘인상적이었던 장면’으로는 박용수 할머니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 독도새우, 오희옥 독립운동가의 애국가, 독도경비대와의 화상통화, 700명 합창단이 부른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등을 꼽았다.
탁 전 행정관은 “중요한 것은 상징을 잡아내는 것”이라며 “하나의 행사가 하나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을 때 행사는 명료해지고 메시지는 분명해지며, 비로소 감동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제주관함식 당시 일본이 ‘욱일승천기’를 달고 관함식에 참석하려해 논란이 됐던 일을 언급했다.
탁 전 행정관은 “당시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관함식에는 자국기와 해군기를 달고 입항하는 것이 관례였고 애석하게도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이미 욱일승천기를 달고 참가한 사례도 있어 일본에도, 다른 참가국에도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생각했던 것이 욱일승천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깃발, 상징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며 “제국주의와 식민지침탈에 저항했던 상징, 한국과 일본의 바다와 해군, 그것과 역사적 관련이 깊은 상징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도수군통제영의 ‘수’자기와 독립운동시절 쓰였던 ‘데니’태극기는 그렇게 발견된 것”이라며 “일본이 욱일승천기를 달고 들어온다 해도, 우리 해군이 이순신장군을 상징하는 수자기와 데니태극기를 걸고 저들의 삐뚤어진 역사관과 부족한 역사적 배려를 점잖게 충고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일본은 불참을 선택했고, 이미 우리는 두개의 깃발을 대통령의 좌승함과 국민들이 참관하는 독도함에 나란히 게양했다”며 “기억하시다시피 일본언론은 이후 그 두 깃발의 의미를 분석하고 못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행사에서의 상징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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