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올해 첫 국회 대정부질문(정치 분야)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수사를 지시한 ‘장자연 리스트’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강남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복수의 후보 중 최선을 택했다”고 반박했다. 의원들은 질의 대부분을 이 총리에게 집중했다.
○ 한국당 “김경수 수사부터” vs 민주당 “공수처 설치해야”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대통령이 개별 사건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장자연 사건 등과 관련해) 청와대에 63만 명 이상의 청원이 접수됐고, 청와대가 답해야 할 처지라 입장을 밝힌 걸로 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윤모 총경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로 파견 갈 때 추천한 인사가 누군가”라며 정권 실세의 비호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총리는 “추천자를 최대한 알아보겠다”면서 “그가 어디 있었든 덮거나 비호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 수사보다도 우선 드루킹 사건의 재수사나 특검이 필요하지 않냐”(한국당 박성중 의원 등)는 질문엔 “재판 중이라 정부가 왈가왈부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피해 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격도 거셌다. 전해철 의원은 “김 전 차관 관련 재수사에선 수사 외압과 (김 전 차관에 대한) 인사 검증 및 추천 과정도 봐야 한다”며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겨냥했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범죄 의혹을 규명하는 것과 수사 과정에서 은폐·축소가 있지 않았는지, 그 두 가지가 다 밝혀져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당시 장관은 황 대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한국당 곽상도 의원”이라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사건들이 바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 이 총리 “김연철, 저희로선 최선이었다”고 해명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부실 검증도 논란이 됐다. 막말, 친북 성향이 논란이 되고 있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에 이 총리는 “(막말 등도) 스크린이 됐고 자유인으로 산 기간이 길어 언동에 때로는 지나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지명 철회 요구엔 “복수 후보자와 장단점을 비교해도 이분(김연철 후보자)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 학자로서의 연구 실적, 과거의 남북 협상에 임한 현장 경험을 높이 샀고 저희로선 최선을 다해 후보자를 내놨다”고 말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의원은 “김연철 후보자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 주무 장관으로 재건축 딱지 투기, 위장 증여 의혹이 있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제청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으나 이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증되길 바란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답보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타개책으로 북한에 특사를 보낼 계획이 없느냐”(민주당 이석현 의원)는 질문에 이 총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그에 관한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선 “아직 말씀드리기에는 이르다. 준비도 현재로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남북 간 대화를 해야 할 국면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야당의 대북정책 비판에서 일촉즉발의 긴장이 흐르기도 했다. 한국당 김재경 의원이 “남북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의 지지도를 반등시킨 일등공신”이라고 하자 이 총리는 “실망스럽다. 평화와 민족 생존 문제를 어떻게 그렇게 보느냐”고 받았다. 이에 한국당 의석에서 “답변이 그게 뭐냐”고 비판하자 이 총리가 “나오십시오(나와서 비판하라)”라고 했다.
또 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벤츠 차량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함께 타고 있는 사진(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대상 보고서)을 제시하자 이 총리는 “대통령이 이 차를 탄 게 제재 위반이 아니다. 제재 위반은 이 승용차(의 반입)”라고 말했다. 전 의원이 “납득이 되는 설명인가. 이 방법밖에 없었나”라고 하자 이 총리는 “그럼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어떻게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남권에서 지역 갈등이 일고 있는 영남권 신공항 재추진 논란과 관련해 이 총리는 “국토교통부와 부산·울산·경남 검증단 사이에 조정이 이뤄지길 기대하지만, 끝내 표류하면 총리실에서 나설 필요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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