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일부 인원 통보 없이 복귀
판문점선언 정상간 합의 파기 해석 부담 느낀 듯
운신 폭 좁아져 협상 주도권 잃을 가능성 고려
트럼프 추가 제재 철회 '유화 메시지' 영향 관측도
화상상봉 등 남북 사업 당장 호응할지는 미지수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지 사흘 만인 25일 그 결정을 철회하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철수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복귀 역시 예상치 못하게 이뤄졌다.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0분께 북측 인원들이 사무실에 나타났다. 김창수 사무처장 겸 부소장 역시 이날 개성에 도착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질 정도로 북측은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북측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소대로 교대 근무 차 내려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동연락사무소가 북남공동선언의 지향에 맞게 사업을 잘 해나가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지난 22일 일방적인 철수 결정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철수 결정 번복은 무엇보다 한반도 정국에 관여하는 당사국들의 평가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운영은 4·27 판문점선언에 따른,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 중 하나다. 때문에 북한의 일방적인 철수 결정이 남북 정상 간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없지 않았다.
북한은 남북 정상 간 합의 파기로 비추어질 수 있는 행동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 악화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경색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책임을 지게 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협상 주도권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로 지난 22일(현지시간) 재무부가 준비하고 있던 추가 대북제재를 일단 철회시키며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거라는 관측이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복귀로 남·북·미를 중심으로 한 협상의 동력 손실은 일단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당장 남북 간 협력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북한은 한미 워킹그룹에서 남북 간 협력사업 문제를 논의하는 데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대북제재 저촉 논란을 피하기 위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외세의 승인’을 왜 받아야 하느냐는 게 북한의 시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측에 금명간 화상상봉 관련 제안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부가 기존의 방식대로 ‘대북제재 틀’ 내에서 남북 협력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기조를 재차 확인할 경우 북측이 관련 사업을 후순위로 미뤄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복귀 이후에도 남북 간 협력사업과 북미 비핵화 협상에 속도가 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협상 채널을 다각화할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제재와 압박 기조가 계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대내외에 밝혔다. 그리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계기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북한이 새로운 길로 들어설 경우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로드맵을 지지하고 있는 중국, 그리고 우방국 러시아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 두 나라 역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 행동을 보여줄 경우 국제사회 여론전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 러시아는 과거 소련 해체 당시 우크라이나 등에 있던 핵무기를 이전·폐기한 경험도 있다. 다만 미국이 이러한 방식에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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