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받으러 출석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최선을 다해 설명드리고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겠습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3)은 25일 오전 10시 15분경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면서 이 한마디만 했다.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만 보고받은 것이 맞느냐’ ‘청와대로부터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지시 받은 것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지난달 1일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왔던 김 전 장관은 당초 25일 영장심사 법정에 출석하면서 간략한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 계획을 갑자기 변경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인 김진수 변호사(56·사법연수원 20기)는 “김 전 장관이 당초 준비한 바와 달리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29기) 심리로 열린 영장심사는 오후까지 4시간 10분 동안 이어졌다. 오전 10시 반부터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오전 심사에서는 주로 검찰 측이 김 전 장관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2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위력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임한 장관 중 처음이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에 청와대 내정 인사를 앉히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전임자를 상대로 표적 감사를 벌여 사퇴시켰다며, 이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전 장관은 환경부가 산하 기관 임원 공모 과정에서 청와대 내정 인사에게 면접 질문지를 미리 제공하고 공모에 탈락한 청와대 내정 인사가 민간업체 대표에 뽑히도록 압력을 행사한 과정에 직접 관여해 위계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재임 당시인 2017년 7월경부터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과 협의해 인사권을 남용했기 때문에 추가 수사를 위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 휴정 후 오후 2시부터 4시 40분까지 열린 영장심사에서는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 4명이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이나 실행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당한 사퇴 압박 또한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장관에게 부여한 정당한 인사권을 사용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위법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들은 검찰 측이 밝힌 사실관계가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죄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예상보다 수사를 상당히 열심히 했다. (변호인단도) 충분한 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독방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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