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맞받아친 박영선… 野 “안하무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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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 국회청문회]한국당 “즉각사퇴” 보이콧 선언

“자료 안낸다고 비난하더니 내로남불” 박영선 질타한 野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2009년 9월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부실 자료 제출’을 질타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박 후보자에게 2252건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박 후보자 측은 “자료
 145건은 지나친 개인정보”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자료 안낸다고 비난하더니 내로남불” 박영선 질타한 野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2009년 9월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부실 자료 제출’을 질타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박 후보자에게 2252건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박 후보자 측은 “자료 145건은 지나친 개인정보”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7일 국회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자료제출 거부, 여성 모독, 의원 폄하 논란으로 고성이 난무했다. 야당은 청문회가 열리자마자 “박 후보자가 청문위원 시절 신상털이 했던 것과 달리 자료 제출을 피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박 후보자는 특유의 ‘전투력’을 선보이며 공세적으로 나섰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이날 “인사청문회를 농락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며 청문회를 보이콧하며 파행됐다.

○ “유방암 수술 자료 내라” vs “전립선암 수술했냐고 물어볼까”

한국당 의원들은 노트북에 ‘박영선 자료 제출 거부, 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는 피켓을 붙이고 청문회에 나섰다. 여야는 청문회 시작과 함께 “지금 뭐하자는 거냐”, “사과하라”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가 1시간 정도 지나자 “지금까지 의원님들 질의에 제가 한분 한분 답변을 드리겠다”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야당이 전통시장 지출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박 후보자는 “콩나물 2000원어치 사면서 할머니한테 현금영수증을 요구해야 하느냐”며 반박했다. 민주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박 후보자가) ‘내로남불’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발의한 중소기업 관련 법안 자료를 달라고 보좌진이 의원실까지 찾아갔는데 못 받았다”고 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의원님들께서 모두 2252건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제출 안 한 것이 145건”이라며 “그 가운데 이 의원이 지적한 정책자료는 이메일 주소에 오타가 있어서 전송이 안 됐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긴장은 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유방암 수술 자료 제출 거부를 지적하자 최고조에 달했다. 윤 의원이 “후보자가 ‘황후급’ 진료를 받았다는 제보가 있다”고 하자 박 후보자는 “질의를 본 순간 여성에 대한 ‘섹슈얼 허래스먼트(성희롱)’라 생각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여성들에게 모멸감을 준 발언”이라며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서로를 존중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이 “의원을 동물에 비유한 폄하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하자 급기야 박 후보자는 “제가 ‘윤 의원님, 전립선암 수술하셨습니까’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떠시겠나”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후보 자질 검증과 무관한 ‘○○암’ 수술 질문은 인권침해이자 여성 모독”이라고 했다.

이에 야당은 박 후보자를 향해 “청문회 자리인 줄도 모르는 안하무인”이라고 반발했다. “관음증적 자료 제출 요구는 안 된다”며 후보자 편을 들었던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도 “때리면 그냥 맞아라”라고 했다. 홍일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박 후보자에게 “최대한 자제하셔서 의원들과 싸우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 청문회 도중 황교안 관련 의혹으로 불똥 튀기도

그럼에도 박 후보자는 끊임없이 야당을 역공했다. 야당이 박 후보자의 남편이 일본 주택을 구입한 경위를 추궁하자 박 후보자는 “MB정부 때 BBK 의혹을 폭로한 이후 사찰을 받아 일본에 쫓겨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09년 민주당 의원의 임시국회 회기 중 태국 골프여행 논란에 대해선 “MB정부 청와대에서 KBS에 사주해 마치 ‘스폰’을 받은 것처럼 보도했다”며 “10년 동안 사찰을 받으면서 바르게 살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별장 동영상 의혹으로도 튀었다. 박 후보자는 “김 차관이 임명되기 전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제가 제보받은 동영상 CD를 꺼내 ‘동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하기 때문에 이분이 차관으로 임명되면 문제가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턱도 없는 소리”라며 “본인 청문회에 관심을 가져야지, 딴 얘길 하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잠시 기자들과 만나 ‘CD 현물을 보여준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며 말을 바꿨다.

이에 한국당은 이날 오후 8시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자는 더 이상 인사청문회를 농락하지 말고 즉각 자진사퇴하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청문회는 이렇게 끝났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국회#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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