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부장판사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영장 기각에 따라 검찰의 수사 동력이 꺾이지 않게끔 압박하려는 의도이지만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으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심 재판 때와 여야 스탠스가 180도 달라졌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원내대표-중진 연석회의에서 “영장판사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같은 대학교 출신이면서 노동운동을 했다는 언론 인터뷰가 있다”며 “대법원이 동부지법에서 환경부 수사 건을 다루는 것을 알면서 (올해 2월 인사이동 후) 알박기로 이 영장전담 판사를 임명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 인사이동에 따라 김 지사 사건의 주심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이것도 과연 알박기일까, 우연의 일치일까”라고 했다.
판사 출신 한국당 이주영 국회 부의장도 “영장 기각 사유가 가관이다. 김 전 장관이 위법 사실을 알지 못했다거나 퇴직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다면 앞서 직권남용으로 구속 재판을 받은 사람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논평 때나 쓰는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정치적 판단임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게 체크리스트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왜 유죄 판결이 나왔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얼마 전까지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것은 3권분립 훼손이자 사법부 독립 침해라 주장하던 정당이 정작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좌파의 사법부 장악 완료’라는 논평을 냈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이 김 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를 맹비난할 때와 여야가 공수를 바꾼 셈이다. 김 지사가 구속된 다음 날 박 최고위원은 “김 지사 1심 판사는 사법농단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분”이라고 했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당시 “민주당이 판사 개인을 공격해 ‘적폐 판사’로 몰고 가며 판결을 흔드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으로 재판 불복을 넘어선 헌법 불복”이라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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