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벨기에 국왕 만찬에 초청했지만 하루만에 “전경련 필요없다”
靑, ‘정부-전경련’ 관련 오해 생길까 서둘러 선 그은 듯
문재인 정부 들어 외면받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필리프 벨기에 국왕의 방한을 계기로 하루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6일 필리프 국왕 환영 청와대 만찬에 초청 받으며 ‘패싱’ 논란에서 해소되는듯 했지만, 바로 다음 날 청와대가 “기업과의 관계에서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종지부를 찍으면서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년 가까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다가, 초청 하루 만에 명확하게 선을 그은 까닭은 현 정부의 스탠스와 관련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은 전경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실질적으로는 전경련을 ‘패싱’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벨기에 국왕의 방한으로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통상 한 나라의 정상이 다른 나라를 국빈 방문하게 되면 경제단체와 경제인들도 동행하게 된다. 이번 벨기에 국왕의 방한 일정에도 벨기에경제인연합회와 경제인들이 함께했다. 문제는 벨기에경제인연합회가 전경련과 비즈니스 포럼을 공동 개최하기로 하면서 발생했다. 벨기에 국왕 방한 일정에 전경련이 포함되면서 청와대도 마냥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 포럼은 벨기에경제인연합회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 지난해 필리프 벨기에 국왕의 방한 일정이 정해진 뒤 전경련 측에 먼저 연락해 공동 포럼을 열자고 요청했고 전경련이 이에 응답한 것이다. 27일 열린 포럼에는 필리프 국왕도 참석해 허창수 회장 등과 인사를 나눴다.
27년 만에 방한한 ‘귀한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벨기에 측이 먼저 연락해 공동으로 행사를 하기로 한 전경련을 배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환영 만찬에는 초청했지만, 이로 인해 정부와 전경련에 관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서둘러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시절 “전경련은 더 이상 경제계를 대표할 자격과 명분이 없다”고 말 정도로 전경련과 거리를 뒀던 문 대통령의 기조는 집권 이후에도 이어져 왔다. 지금까진 주요 이벤트에서 전경련을 배제하는 등 간접적으로 ‘패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청와대의 이번 언급은 직접적으로 ‘패싱’을 인정하는 모양새라 전경련으로서는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경련을 전혀 외면할 것만이 아니라 벨기에경제연합회와의 네트워크처럼 전경련의 장점은 인정하고 국정운영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현재 프랑스나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 경제인연합회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한·일, 한·미 재계 회의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외적으로 통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전경련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 혼자 돌파하기보다는 이런 네트워크를 국가적 자산으로 생각하고 활용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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