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엄마 따라 안 찍을라고예”, “밀리니까 단일화… 비겁하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9일 03시 00분


4·3 보궐선거 표심 현지르포
“색깔론 집착 한국당 뽑을 생각 없어”… “경제 너무 어려워 정부 심판해야”

“표심 잡아라”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28일 경남 통영-고성의 한산농협 조합장 취임식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왼쪽 사진 오른쪽)와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오른쪽 사진 왼쪽)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각 후보 캠프 제공
“표심 잡아라”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28일 경남 통영-고성의 한산농협 조합장 취임식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왼쪽 사진 오른쪽)와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오른쪽 사진 왼쪽)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각 후보 캠프 제공
“그래도 자유한국당은 안 되죠. 더 이상 엄마 따라 안 찍을라고예. 이번엔 정의당입니데이.”(36세 직장인 이다영 씨)

“갱상도(경상도) 사람들 기질은 비겁한 걸 제일로 싫어한다 아입니까. 일대일로 싸우다가 밀리니까 두 명이 단합한 것이 괘씸하지요.”(50대 택시기사 박모 씨)

작지만 큰 선거, 4·3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8일 경남 창원성산은 집권 여당과 의석수 5석의 ‘미니정당’이 단일화를 이루며 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만큼 젊은층을 중심으로 여 후보 지지 목소리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직장인 연모 씨(32)는 “아직도 색깔론과 흑색선전에 집착하는 한국당을 찍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반송시장 상인 정영희 씨(48)는 “노 의원에 대한 호감이 아무래도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 후보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창원에 와서 주먹질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다. 택시기사 권모 씨(65)는 “선거 한 번 이겨보겠다고 서로 목표가 다른 두 정당이 손을 잡은 건 말이 안 된다”며 “비겁한 수”라고 비판했다. 주부 김윤정 씨(37)는 “당보다 사람에게 투표하는 편”이라며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전 후보를 찍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제정책 심판론도 만만찮았다. 자영업자 서동진 씨(53)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한국당이 더 싫어서 여당을 찍었는데 경기 나빠지는 걸 보면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춘재 씨(72)는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 정부를 견제해 보자는 차원에서 한국당 강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층 표심이 민중당 손석형 후보로 분산되는 점도 정의당이 아직 상황을 안심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 권 전 후보 등 창원시 지역위원장 5명은 이날 여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29일에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선다. 민중당과 물밑에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보궐선거가 이뤄지는 경남 통영-고성에서는 이날 한산농협 조합장 취임식 현장에서 한국당 정점식 후보와 민주당 양문석 후보, 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의 ‘한산도 표심대첩’이 이뤄졌다. 정, 양 후보는 섬이 많은 지역 특성상 한산도와 욕지도, 사량도 등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주요 섬과 육지(통영 고성)를 매일 오가고 있다.

다소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받는 정 후보는 연신 “황교안 대표의 오른팔”이라고 강조하며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황교안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양 후보는 “집권여당 국회의원을 선택하면 통영 KTX(고속철도)가 더 빨리 온다”며 ‘집권여당 메리트’를 강조하며 막판 역전을 위해 뛰고 있다.

창원·통영=홍정수 hong@donga.com·강성휘 기자
#4·3 보궐선거#한국당#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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