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여 하루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7명의 장관 후보자들은 검증 논란으로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난항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도 최저치를 찍었다.
논란의 여파는 ‘검증의 칼’을 쥐었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의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조현옥 수석은 일명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선상에도 올랐다.
2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수치가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일련의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다음 조사결과는 더욱 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 정부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고 있는 ‘도덕성’에 흠집이 났기 때문이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3%였다. 부정평가는 46%였다. 부정평가 이유로 경제·민생 문제해결 부족(36%)이 가장 많이 꼽힌 점도 뼈아프다. 문 대통령은 바로 전날(28일)까지 외국인 투자기업인들을 만나는 등 올해 꾸준히 경제행보를 해왔다.
◇‘25억 상가매입’ 논란 김의겸 사의…“후임 얘기 단계 아냐”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22분 출입기자단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자신의 사임 글을 올렸다. 김 대변인은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릅니다”라며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25억 상가매입’ 논란에 대해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며 자신이 모르는 사이 아내가 결정을 내렸고 다만 이런 아내의 결정은 김 대변인 자신의 무능과 게으름, 결정장애 탓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어제(28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고 (오늘) 아침에 여러분들에게 보낸 글을 작성하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께도 보냈다”며 “노 실장이 ‘대통령을 뵙고 상의하라’고 해 대통령과 점심을 하게 돼 있었는데 대통령을 뵈면 여러분들에게 보낸 글을 보내기 어려워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저질렀다. 대통령과 점심을 먹고 산보를 했고 (대통령께서 저에 대해) 걱정을 좀 해주셨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대변인이었다. 한겨레 기자로서 박근혜 정부가 무너진 결정적 계기인 ‘최순실 게이트’ 보도로 이름을 알렸고 당초 초대 대변인으로 거론됐었다. 문 대통령은 김 대변인 특유의 ‘까칠함’을 기자들이 불편해하는걸 알고 있다면서도 그를 감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런 탓에 이번 논란과 관련, 야당은 물론 범여권 등 청와대 외부의 비판 목소리는 거셌다. 이날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김 대변인 일에 대해 “문 대통령이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고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김 대변인은 명예를 버리고 돈을 좇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김 대변인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님에도 물러나게 된 데에 조심스럽게 아쉬움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이 청와대에 김 대변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김 대변인의 사의표명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 여겨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대변인 후임에 대해서는 “사표수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까지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사표 또한 일정한 검증절차를 거쳐 수리되기 때문에 김 대변인의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일주일여간의 검증기간이 끝날 때까지 김 대변인의 거취는 휴가 소진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7명 청문보고서’ 채택 난항…靑 “인사검증 위배 없다고 봐”
설상가상으로 7명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도 난항을 겪고 있다. 김 대변인의 투기 의혹 여파로 보고서 채택은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인사청문회가 진행됐지만, 이날까지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는 한 명도 없다. 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까지 모두 ‘낙마 후보 리스트’를 만드는 형국이다.
국회에서 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할수는 있지만 7명 모두 ‘임명 강행’이라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부실한 인사검증’을 했다는 비판과 함께 ‘조국·조현옥 책임론’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 이들 인사들을 최종 결정한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는 ‘7대 인사검증’ 기준(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부정,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에 어긋나는 후보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사청문회에서는 끊임없이 후보자들에 대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7명 후보자 모두 인사검증 원칙에서 위배되는 점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명이 문제, 한 명이 문제와 같은 말이 나오는 것도 저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경제행보 등을 꾸준히 이어가되, 내달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질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현 정국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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