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철도, 100년 된 교량 그대로…“대부분 구간 노후화 심각”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29일 18시 00분


"시설·시스템 노후 심각…정밀조사 필요"
상반기 '정밀조사' 목표 "남북관계 고려"
'현대화' 개념 북측과 열린 협의 진행 방침
터널 좁고 낮아 "굴착 공사 해야 할 수도"

경의선과 동해선 북측 구간 중 지난 2013년 북·러 합작으로 개·보수한 동해선 라진~두만강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구간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라고 통일부가 29일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국회 보고를 위해 만든 ‘경의선·동해선 철도 북측 구간 공동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북측 구간) 궤도 체결력 부족, 교량·터널 안전문제 등으로 열차 운행에 지장이 있다”며 “전반적인 운행 속도가 시속 30~50㎞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의선) 개성~사리원 구간의 운행속도는 시속 10~20㎞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분야별로 보면 교량과 터널의 노후화가 심각했다. 경의선의 경우 70~110년 전 교량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었다. 경의선 개성~신의주 414㎞ 구간에서 교량 구간은 총 215개 11.8㎞로 2.85%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교량 강구조물은 부식됐고 교대와 교각에서 균열 및 파손이 관찰됐다”며 “교량 하부구조 및 수중 기초구간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해선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60~100년 전 교량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777㎞ 구간에서 교량 구간은 총 528개 22.6㎞로 2.9%를 차지했다. 동해선 교량에서도 교대·교각 균열 및 파손이 발견됐으며, 안정성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더불어 “동해안에 건설된 교량에서는 염해로 인한 표면 부식 및 단면손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터널의 경우 경의선과 동해선 구간 곳곳에서 콘크리트 탈락, 누수, 배수 불량, 내벽 강도 부족 등이 나타났다. 게다가 북측 구간은 터널 폭이 좁고 높이가 낮아 전철화 등에 제약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착공식 당시 열차가 터널을 지날 때 평지에서 만큼의 속도를 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규모 굴착 공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냐는 질문에 “정밀조사를 해봐야겠지만 그럴 수 있을 거 같다”며 “일단 북측과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의선과 동해선 모두 노반 폭이 좁고 경사면이 유실된 구간이 다수 관찰됐다. 레일과 침목이 마모되거나 파손된 구간도 많았으며, 때문에 저속운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나마 지난 2013년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해 개·보수 공사를 진행한 동해선 라진~두만강 구간의 경우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구간에는 국경 통과를 위해 복합궤도(표준궤+광궤)가 부설된 것으로 확인됐다.경의선 구간의 경우에도 평양과 단둥을 오가는 국제열차와 화물열차 등의 운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평양 이북지역의 선로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전철·전력 시스템이 남측(교류 2만5000V)과 달리 직류 3000V를 사용하고 있어 전력손실 큰 컷으로 파악됐다. 신호·통신도 기계·수동식이어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 기관차로 운행하는 구간이 여전히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이번 공동조사는 일부 시설물 중심의 육안조사 위주로 진행돼 현대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충분한 자료수집에 한계가 있었다”며 “터널과 교량 등 구조물에 대해서는 전문장비와 전문가를 통한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올해 안에 추가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가능하다면 설계 작업까지 시작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떤 방식의 ‘현대화’를 추진할지는 북측과 협의해야 할 사안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고속철도가 다닐 수 있는 수준의 현대화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정밀조사는 올 상반기 내에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추가 정밀조사 때 전략물자를 반출하려면 별도의 대북제재 면제 승인이 필요하다.

이 관계자는 “(정밀조사 시점은) 남북관계 전반을 다 고려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당장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올해) 가을까지 가면 안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설계를 시작하는 단계까지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가능하다면) 올해 설계를 시작하는 정도의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밀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그리고 설계 작업을 병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북측과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8월 경의선 도로 개성~평양 구간 공동조사도 진행했다. 통일부는 이날 경의선 도로 공동조사 보고서에서 “(도로포장) 전반적으로 망상 균열 또는 피로 균열이 발생돼 전 구간에 걸쳐 단면보수가 시행됐으나 공용상태는 매우 불량하다”고 전했다.

또한 “교량 교면 포장 전반에 격자형 균열이 발생했다”며 “콘크리트 부재는 강도 및 피복 두께가 부족하고, 철근이 노출돼 부식된 곳이 많았다”고 밝혔다. 터널의 경우 “균열, 열화, 박리, 백태 등 노후화 정도가 심하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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