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조정회의 참석하는 공무원들… 양보는 패배라고 주입받고 오는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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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기득권 집착에 혁신 제자리… “개혁 나선 공무원 보호장치 필요”

대통령이 규제 혁신을 외쳐도 바뀌지 않는 이유는 공무원이 안 바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규제를 없애려면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것.

박근혜 정부에서 ‘손톱 밑 가시’ 규제 개혁을 총괄했던 강영철 전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대학 규제를 해결하는 건 간단하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을 없애면 되는데 조직을 축소시키는 거니 공무원이 규제 완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재임 중 규제조정회의를 100차례 이상 진행했다. 그때마다 공무원이 규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강 전 실장은 “부처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과장을 보낼 때 ‘양보하고 오면 패배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기 것을 지키려고 하니 합리적인 토론이 안 됐다”고 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어 빠르게 변하는데 한국 공무원들은 과거와 같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태유 전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공무원이 저마다 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어떤 것을 규제해야 하고, 풀어줘도 될지를 더 잘 알 수 있다”며 “지금의 보직순환근무 체제를 직무군 제도로 바꾸어 공무원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과감하게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간 기업 수준이 40, 50년 전보다 빨리 변한 것에 비하면 정부 수준은 너무 느리다”며 “공공기관은 그만 늘리고 웬만한 건 민간으로 넘기면서 민간 인사를 대거 공무원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이 규제를 없애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공무원이 나서서 규제를 완화하면 나중에 인사 문제 등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규제를 혁파한 공무원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유근형(정치부) 배석준(산업1부) 염희진(산업2부)

김준일(경제부) 임보미(국제부) 한우신(사회부)

최예나(정책사회부) 김기윤 기자(문화부)

#규제조정회의#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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