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반도’ 격랑속으로…긴박하게 움직이는 남북미중러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1일 06시 57분


4월 北 정치 일정·한미정상회담…비핵화 역학관계 변화 주목
숨가쁜 물밑 접촉 이어지는 듯…결과 가시화 시점에 주목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 News1 DB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 News1 DB
4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변화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국가들의 움직임에 따라 정세가 격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과 미국이 주도하는 비핵화 협상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 정체 상태다. 양국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톱다운’ 방식의 극적 타결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극심한 교착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후 북한은 동창리 등 핵탄두 발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의 ‘복구’ 및 주요 핵시설에서의 움직임을 표출하며 일시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미국도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 내비쳤던 ‘단계적 협상’의 가능성을 다시 일축하며 대북 제재와 관련한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미는 실질적 접촉을 끊은 채 간접 메시지, 언론을 통한 말싸움을 벌이며 간극을 좁히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북미관계에 연동된 남북관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북은 대북 제재의 완화에 맞춰 가속을 준비했던 교류협력 사업을 일단 잠정 중단한 상태다.

북한은 지난해 9월부터 남북 간 ‘상시 소통 채널’로 기능해 온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해 한때 ‘철수’까지 언급하며 우리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4월 관련국 간 주요 정치 일정에 따른 변화를 앞두고 있다.

북한은 4월 11일 ‘김정은 체제 2기’의 시작으로 평가되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첫 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향후 전략 노선에 대한 세부적인 변화와 함께 북한 통치 시스템의 일부 변동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헌법 개정까지 예상하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구조 강화에 기조를 맞춘 변화가 감지되고, 특히 김 위원장의 대외 정상 외교 강화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화될 경우 한미에게 있어서는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다만 북한 내부의 정치적 계산이 즉각적으로 북미관계,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최근 지난해부터 추진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관련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다. 그의 ‘집사’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의 러시아 방문이 포착된 것이다.

이미 김 위원장 집권 후 최고 수준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의 밀착이 강화될 경우 대미, 대남 견제 차원의 북중러 밀착 행보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한반도 사안인 대북 제재 문제, 평화협정 체결 문제와 관련한 중국, 러시아의 입김이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남·북·미·중·러 모두가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이 외에도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등 내부 결속에 방점을 둔 정치 일정도 앞두고 있다. 비록 외교적 행사는 아니지만 4월 7일 열리는 평양마라톤 행사도 북한이 큰 비중을 둔 행사로, 북한이 일시적으로 대외 행보보다는 내부 행사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한미도 한반도 문제의 정체를 방지하기 위한 행보를 앞두고 있다.

북한의 대의원 회의가 열리는 11일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해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간 교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논의’보다는 실질적 해결책을 도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국들의 숨가쁜 행보는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김창선 부장의 러시아 행보에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라오스 방문 길에 중국을 방문해 비공식 양자 협의를 가졌다.

같은 날 미국의 대북 실무 채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베이징에 머물고 있었다. 미중 간 양자 협의는 물론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실무 채널인 쿵쉬안유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비건 특별대표와 베이징에서 만났다. 쿵쉬안유 대표는 이에 앞서 리수용 부위원장의 행선지인 라오스를 먼저 방문하고 오기도 했다. 자세한 내막을 알려지지 않았으나 관련국 주요 인사의 동선에서 접점이 자꾸 발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도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청와대에서 그의 행보에 대해 사실 관계 자체를 확인해 주지 않을 정도로 비공식, 비공개 행보였다.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 차장은 다시 내달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 인사와 만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미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복잡한 정세 속에서 이어지는 접촉들은 비핵화 문제의 관련국, 당사국들이 현재의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현 상황이 어디로 ‘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과 분석이 엇갈린다.

다만 오는 27일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의 사실상 첫 물꼬를 튼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의 1주년을 전후로 상황의 변화는 어느 정도 가르마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는 일단 판문점 회담 1주년과 관련한 정치적 이벤트를 준비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역시 복잡한 정세를 감안한 대응으로 보인다.

다만 현 상황이 다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지난해 남북이 약속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비슷한 시점에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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