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열흘 앞둔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비핵화 대화 궤도 이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북한에 대화 테이블 복귀를 촉구한 것.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직접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하노이 회담 이후 한 달 만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이 총출동해 전방위 미국 설득에 나선 가운데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넉 달 만에 만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미 회담 재개를 위한 복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불발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일시적 어려움이 조성됐지만 남북미 모두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미 양국은 과거처럼 긴장이 높아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함으로써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하노이 결렬 이후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톱다운’ 방식에 기대 북-미 대화 재개를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어떤 난관이 있어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원칙과 대화를 지속해 북-미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만난 결과”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에 대한 한미 인식이 다르다”는 지적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 인식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 이견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일부에선 한미 동맹 간 공조의 틈을 벌리고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있다”며 “남북미 대화 노력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갈등과 대결의 과거로 되돌아가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비판과 한미 정부 불협화음을 지적하는 야당과 일부 한미 외교 전문가들을 겨냥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10, 11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남북 정상회담과 3차 북-미 정상회담 등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는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목표는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 정의에 대한 조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핵시설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 등의 내용을 담은 ‘빅딜 문건’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을 비핵화 합의 원칙으로 제시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가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특사 파견이나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판가름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은 11월 25, 26일 부산에서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 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을 북한에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제를 아세안 국가들과 협의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 초청에 다들 동의한다면 이 문제를 다시 북한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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