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위에 공무원, 규제공화국에 내일은 없다]
“규제완화 논의 좁혀질만하면 담당자 교체, 매번 원점으로”
규제개혁 담당 과장 평균 임기 1년 반도 안돼 전문성 부족
“지금 만나는 담당 과장이 벌써 6번째입니다.”
유전체(게놈) 분석 기업인 메디젠휴먼케어의 신동직 대표(51). 그가 정부를 쫓아다니며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동안 이를 담당했던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3년간 5번 교체됐다.
“규제가 풀어질 듯하면 담당 과장이 바뀌어요. ‘어쩔 수 없지’ 생각하고 새로 부임한 과장과 원점에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논의가 좁혀지면 또 바뀌어요.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공무원 순환보직의 ‘무한 루프’에 지친 그는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해달라’는 캐나다에 별도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박근혜 정부가 중점 규제개혁 52개 과제를 제시한 이후 담당 과장이 해당 보직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확인한 결과 평균 15.3개월 만에 자리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3월 20일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현장 건의 과제 52개를 대대적으로 점검한 정부는 그해 9월 3일 책임 행정을 구현하겠다며 담당 과장 74명을 모두 공개했다. 하지만 불과 27일 뒤, 이들 중 한 명은 다른 과로 옮겼다. 2개월 만에 바뀐 과장도 2명, 1년을 못 넘긴 과장이 32명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샌드박스도 상황은 마찬가지. 정부가 2월 도입한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체계로는 규제를 풀기 어려운 산업에 우회로를 터주려는 제도다. 하지만 규제샌드박스로 선정된 8개 사업 담당 과장들의 평균 임기는 17개월이었다. 최근 5년간 해당 과장 자리를 거쳐 간 공무원의 임기를 분석한 결과다. 이 5년간 한 부서당 거쳐 간 과장 수도 평균 4.37명. 1년 남짓한 주기로 과장들이 바뀐 셈이다.
2015년 인사혁신처가 각 부처 과장급 이상은 2년 동안 필수로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제도를 바꿨지만 유명무실했다. 심지어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정책 담당자들도 수시로 바뀌었다. 2013년 9월 이후 지금까지 6년간 7명의 체육정책과장이 부임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한국 공직 인사의 가장 큰 문제는 순환보직으로 인한 전문성 부족이다. 이게 해소되어야 돌려 막기, 나눠 갖기, 하향 평준화 등 공무원 사회의 악습이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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