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1시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경남 창원 성산,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개표 결과를 바라보던 황교안 대표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한국당이 개표 초기 창원 성산까지 압도하다 다시 박빙 혼전 양상이 빚어진 것.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 후 대통령을 3명 배출한 당사를 떠나 여의2교(파천교) 건너 마련한 새 당사에서 치른 첫 선거에서 선전하자 당사에서는 “와!”하는 환성과 함께 “아깝다”는 탄식이 교차했다.
● 한국당, ‘진보정치 1번지’ 창원성산에서 의외의 분전
3일 오후 11시 반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창원 성산에서 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45.2%를 득표, 정의당 여영국 후보(45.7%)와 경합했지만 504표 차이로 패했다. 통영·고성에선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59.5% 득표율로 민주당 양문석 후보(36.2%)를 압도해 당선이 확실시 된다. 정 후보의 득표율은 18대 한나라당 이군현 후보가 얻은 득표율(56.4%)을 웃돌았다.
정치권에선 전통적 보수 텃밭인 통영고성은 물론이고 창원 성산에서 보수 진영이 의외의 선전을 한 데 적지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단일화에 실패한 19대 총선을 제외하곤 18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20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당선한 경남의 ‘진보 본산’에 탈환 직전까지 간 것.
이를 두고 여권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폭탄 투하에도 경남 민심이 ‘정권 심판론’에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PK(부산경남) 지역의 한국당 지지율은 33%로 민주당(25%)을 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여권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정의당과 민주당이 연합 전선을 펼치며 ‘노회찬 정신’을 강조하고, 예산 전폭지원을 약속했지만 한국당의 ‘문재인 정권 심판’ 프레임을 가까스로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는 2000년 이후 국회의원 보궐선거 최고 투표율인 2017년 4월 53.9% 투표율에 육박하는 이번 보궐선거 투표율(51.2%)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해운산업 악화와 원전 산업 등 악화된 지역 경제 심판론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다보니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돈 받고 목숨 끊은 노회찬 정신’이라고 발언한 것 역시 보수층 표를 결집하려는 계산된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표가 끝난 뒤 황 대표는 “매우 어렵다고 하는 그런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결국에 보여줬다”면서 “국민들께서 지금 이 정부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하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궐 선거로 황 대표는 차기 총선을 준비할 발판을 마련하며 차기 야권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 통영고성 정 후보는 황 대표의 ‘오른팔’로 불리며 친황(친황교안) 그룹 형성에도 속도가 붙고 황 대표의 원내 영향력도 높아졌다.
●PK 그립감 흔들리는 여권
민주당은 겉으로는 “창원성산에서 단일화 후보가 이겼다”며 안도하는 듯 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않은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힘 있는 여당’을 부각하며 경남 경제살리기를 약속했지만, ‘정권 심판론’을 내건 자유한국당에 밀려 경남 표심을 제대로 파고들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 민주당은 기초의원 선거 3곳에서도 모두 패배했다. 문경시나, 문경시라 선거구에서 한국당 서정식 후보(57.76%)와 이정걸 후보(62.03%)가 승리했고, 전주시라 선거구에서도 민주평화당 최명철 후보(43.65%)가 민주당 김영우 후보(30.14%)를 눌렀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파문, 장관 후보자 2명의 낙마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궐선거 패배까지 겹치면서 여권은 각종 입법 과제 추진 등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가 열린 경남 민주당의 이른바 ‘20년 집권론’의 핵심 전략거점. 민주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와 부산시장 등을 석권한 데 이어, 2020년 총선에서도 부산경남(PK)에서 의미있는 의석을 확보해 전국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PK에 지역구를 둔 한 여당 의원은 “경제 실패론과 무능력한 여권에 대한 실망 등 따가운 민심이 이번 선거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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