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과 군사 대치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가 DMZ 평화둘레길로 이달 말부터 일반 국민들에게 개방된다. DMZ가 개방되는 건 분단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각종 무기가 배치된 북한 감시초소(GP)가 여전히 DMZ 내에 설치돼 있는 등 군사적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언제든 우발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DMZ를 개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긴장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DMZ 내 및 DMZ 인근 지역 중 강원 고성(동부), 철원(중부), 경기 파주(서부) 등 3개 지역을 민간인이 방문할 수 있는 둘레길로 조성하겠다고 3일 밝혔다. 우선 고성은 통일전망대, 해안 철책, 금강산전망대를 방문하는 구간으로 둘레길을 조성한 다음 이달 말부터 일반인 방문을 허용할 계획이다. 철원은 백마고지 전적비, DMZ 남측 철책길을 거쳐 남북 공동유해발굴이 진행될 예정인 화살머리고지까지 방문하는 구간으로 조성해 이르면 다음 달 중 개방한다. 파주 역시 임진각 및 도라산 전망대를 거쳐 군사합의에 따라 철거된 GP를 방문하는 구간으로 조성한 다음 이르면 다음 달 중 개방된다. 통일부는 이를 위해 탐방객이 착용할 방탄복 구입, 안전시설 설치 등에 남북협력기금 약 43억8000만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에 맞춰 ‘4·27 평화선언 기념 걷기 행사’도 둘레길에서 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민의 신변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란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고성 둘레길은 DMZ 외부에 조성되지만 파주, 철원 둘레길은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사령부가 승인하지 않는 한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DMZ 내에 조성된다. DMZ는 중무장한 북한군이 GP에서 상주하며 상시 경계작전을 하고 있어 언제라도 총격 등 우발사고가 날 수 있다.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 각각 상호 1km 내에 근접해 있는 GP 10곳을 철수했지만 여전히 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 각각 2km 구간 내에 북한 150여 곳, 남한 50여 곳의 GP가 운영되고 있다. 2008년 금강산관광에 나섰다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박왕자 씨 사건과 유사한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한과의 조율은 물론 DMZ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와의 최종 조율도 없이 DMZ 둘레길 관광을 먼저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적절한 시점에 북한에 알리고 협의할 계획이었다. 이달 말쯤엔 유엔군과의 협의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며 협의를 모두 마무리하지 않은 채 미리 발표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파주, 철원 둘레길이 조성되더라도 경계 병력을 대거 배치해 국민 신변 안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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