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총력전을 펼쳤던 4·3보궐선거가 3일 마무리됐다. 2곳의 국회의원 선거구에선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각각 1석씩 확보했고 3곳의 기초의원 선거구에선 한국당이 2곳, 민주평화당이 1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여야는 선거가 끝난 다음날인 4일 똑같은 선거 결과를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선거결과의 내막을 들여다 보면 여야 5당 모두 승자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전승을 저지했다는데 안도하는 눈치다. 또한 보궐선거가 열린 곳이 모두 험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소 위안을 삼는 모양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통영·고성에선 이기지 못했지만 19대 총선의 두 배 가까운 득표율을 얻은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 곳에선 후보를 내지 못했고 또 다른 곳에서 패한 민주당이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승산이 낮은 선거를 굳이 부각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에 보궐선거 초기부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해찬 대표는 선거운동기간 중에 2박3일 간 베트남을 방문하기도 했다. 전국 정당을 지향하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선거를 미리 포기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통영·고성에선 선거전 막판 한국당 후보에게 불리한 의혹 등이 불거지는 상황 속에서도 패했다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한국당의 경우 대체로 선전했다는 자평이 나오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완승할 수도 있었던 선거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한국당이 승리한 통영·고성은 지난 총선 당시 자당 후보가 무투표 당선될 정도로 텃밭이었다. 또한 창원성산에선 개표 내내 상대를 이기고 있다가 막판에 역전을 당했다. 당선자인 여영국 정의당 후보(4만2663표)에 불과 504표차 패배다.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이 승리한 지역임을 감안하면 선전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축구장 선거운동 논란 등을 자초하지 않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를 우여곡절 끝에 지켜냈다는 점에서 정의당은 승리의 기쁨에 젖어있지만 자칫 당력을 총동원했던 창원성산에서 눈물을 쏟을 뻔했다. 민주당과 단일화를 했고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지원도 받았지만 개표 내내 상대 후보에게 끌려다녔다. 게다가 보수정당인 진순정 대한애국당 후보가 838표를 얻었다. 만약 보수진영 역시 후보단일화를 했으면 결과가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의당 입장에선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미미한 존재감만을 재확인했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가 당내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창원성산에서 거주하면서 선거지원에 나섰지만 자당 후보는 참패했다. 평화당은 전북 전주시 기초의원 선거에서 당선자를 냈지만 국회의원 선거에는 후보자를 한 명도 못냈다.
이처럼 정치권은 반성이 필요하지만 선거가 끝난 직후인 4일부터 충돌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진영은 “국회를 개혁하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보수야당은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맞섰다.
여야는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으로 치열한 대치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여당 입장에선 이번 선거에서 심각한 경고장을 받았다”며 “민심이 보여준 경고 메시지를 제대로 귀담아 듣고 국정운영에 어떻게 반영할지 딜레마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이어 “한국당 입장에선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다. 창원성산에서 중간에 있는 스윙보터들이 (결국) 진보 쪽에 머문 것은 오세훈 전 시장의 막말,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논란 등 자책골 때문”이라고 진단한뒤 “승자가 없는 이번 보선에선 모두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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