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강원 산불이 확산되던 4일 오후 11시 경 재난 방송이 아니라 ‘오늘밤 김제동’을 방송한 KBS에 대해 9일 “국가재난주관방송이 아니라 국가재난방관방송”이라고 비판하며 양승동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재난 주관방송사가 재난을 외면한 일에 아무도 책임을 안 지면 되겠냐”며 양 사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KBS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대출 의원도 “강원도가 불타고 있는데 KBS는 ‘오늘밤 김제동’을 방송했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공영방송 정상화 관련 7대 법안을 당 차원의 중점 처리법안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KBS는 화재 당일 ‘오늘밤 김제동’을 정규편성시간보다 약 5분 늦은 오후 11시 5분부터 송출했다가 20분 만에 끊고 뉴스 특보 체제로 전환해 “재난 속보가 늦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KBS 공영노조는 화재 다음날인 5일 성명에서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막무가내로 ‘오늘밤 김제동’ 방송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특위 위원들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를 항의 방문해 양 사장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정필모 부사장이 나왔다. 정 부사장은 “(양 사장이) 지금 사장실에서 방송전략회의를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특위 외부위원인 이인철 변호사가 “양 사장이 안 나오는 건지 못 나오는 건지 말해 달라”고 묻자 정 부사장이 “그렇다. 안 나온다”고 받아치며 신경전도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산불을 계기로 재난방송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지적한 만큼 KBS의 재난방송매뉴얼에 대한 개편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방송사, 특히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재난 주관 방송사는) 국민들에게 재난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국민과 재난 지역 주민이 취해야 할 행동요령을 상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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