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비상… ‘稅收 풍년’ 저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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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종 빼곤 대부분 실적 부진… 작년 하반기 법인세액 예상 못미쳐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가 잘 걷히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기업 증세 정책으로 재무제표의 예상 세금은 크게 늘었지만 기업 이익이 줄면서 실제 세금 낼 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500조 원 넘는 ‘슈퍼 예산안’으로 복지와 고용 지원을 늘리려 하지만 지금 같은 세수 부진 상태로는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와 일선 세무서,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올 3월 말까지 내는 법인세 납부액이 당초 계획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2018년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작년 8월 한 차례 세금을 낸 뒤 결산 실적이 나온 올 3월에 나머지 세금을 냈다. 작년 하반기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3월 완납한 법인세수가 예상에 못 미친 것이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일선 세무서에서는 세수가 작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덜 걷혔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작년 3월 법인세 수입은 18조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조 원 늘었지만 올해는 세수 풍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업만 좋았고 조선 해운 석유화학 등 대부분 업황이 부진했다”며 “올 세수는 사실상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징수 실적은 5월 공식 발표된다.

본보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1751개 상장사가 내야 하는 2018년분 예상 법인세는 57조19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조6000억 원(8.7%) 많다. 현 정부 들어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30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한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증세 효과가 장부에 처음 반영돼서다. 하지만 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6000억 원(0.4%) 줄었다. 이익은 감소하는데 세금은 늘다 보니 기업들로선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안 좋아지는데 세금 부담까지 겹쳤다”며 “기업들이 느끼는 경영 애로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했다.

이건혁 gun@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법인세#금융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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